동네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화가 난 환자들의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현실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대개 진료내용에 대한 불신과 불만, 과잉진료에 의한 진료비 부풀리기, 그리고 흡족하지 않은 치료결과에 대한 불평이다.
반면에 의사들 불만은 의원 경영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낮은 수가와 불합리한 삭감, 정부의 과도한 규제, 그리고 환자 불신에 따른 자존감 상실을 토로한다. 모두 그 원인을 우리나라 의료제도 문제로 돌리고 있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여겨온 보건의료인의 희생을 담보한 저수가 정책, 전(全) 국민 의료보험 제도화 성과에도 높아지지 않는 62.6% 라는 낮은 건보 보장율,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의 건보 부담률을 악순환 고리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고리를 끊고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바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이를 우리는 문재인 케어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모두가 원하던 의료체계 변혁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정부의 새로운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다.
여기에 필요한 적정부담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고 적정진료를 보장하는 적정수가를 의료계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해 가야 하는 책임이 정부와 건보공단에게 있고 이를 다시 국민들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책무도 건보공단에 있다.
지난 5월 31일 마감된 보건의료계와의 유형별 수가협상 과정을 통해, 공단 급여상임이사로서 많은 고민과 아쉬움을 경험했고 새로운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수가협상 주체는 가입자를 대표하는 재정운영위원회와 공급자를 대표한 의약단체다. 여기서 건보공단은 보험자로서 운전자 역할을 하게 된다. 공단은 가입자를 대변해서 공급자와 소통하고 협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다시 가입자들에게 돌아가 공급자의 의견과 상황을 설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구하는 양면 협상가의 입장을 갖게 된다,
모두가 이해 가능한 합리적 수준의 요구가 서로 통용되는 구조라 생각한다. 현행 수가결정체계는 정부와 보험자, 가입자, 공급자 그 누구도 마음대로 결정 하지 못하는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다.
강경투쟁 보다는 합리적 설득이 필요
재정운영 소위원회에서 벤드를 결정하고, 이를 두고 보험자와 공급자가 협상할 때, 가입자를 설득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재정운영 소위원회의 설득 과정에서 사회 통념상, 납득이 안되는 강경투쟁으로 위협 하는 단체의 입장은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