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수술적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해 고생하다가 죽음에 이르던 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승모판 협착증환자 경피적판막치환술 성공
국내 최초로 수술 후 발생한 승모판 협착증 환자의 경피적판막치환술에 성공한 유철웅 교수[사진]는 최근 의료전문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수술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피적 승모판막 이식술은 가느다란 도관을 이용해 대퇴정맥을 지나 심장의 우심방으로 접근하고 심방중격에 인공적인 구멍을 뚫은 후 이를 통해 인공판막을 승모판에 넣는 시술이다.
이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시술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성공사례가 극히 드물다.
사실 국내에서 경피적 승모판막 이식술이 최초는 아니지만 모두 승모판 역류증 환자 대상이었다. 승모판 협착증 환자에 경피적 승모판막 이식술이 성공한 사례로는 최초다.
승모판 협착증은 역류증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술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고난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 승모판 협착증 환자에 경피적 승모판막 이식술 성공이 눈길을 끄는 이유 역시 이것이다.
유철웅 교수는 "고령사회가 될수록 심장질환 유병률은 계속 높아진다. 새로운 수술이 성공하면서 환자들이 죽기를 기다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철웅 교수팀의 수술로 새 삶을 살게 된 환자는 81세로 2010년 중증 승모판 협착증으로 승모판막 치환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후에도 승모판 협착증이 진행돼 중증 승모판 협착증에 폐고혈압까지 동반됐다.
이 환자는 2017년 경피적 승모판막 풍선확장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약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환자의 컨디션, 개흉 수술 경험, 고령 등을 고려한 끝에 유철웅 교수팀은 국내에서 단 한 차례도 시도되지 않았던 승모판막 협착증에 대한 경피적 승모판막 치환술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기로 했다.
시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환자는 승모판막 협착증이 완전히 교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과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는 다학제적 접근으로 시술 성공 가능"
유철웅 교수는 수술의 성공 요인으로 '다학제적 접근'을 꼽았다.
그는 "수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과가 함께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기 때문"이라며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심장판막의 모양, 기능 등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번 수술에 수많은 팀이 관여했다. 마취과는 환자의 혈압, 맥을 최적의 상태로 맞추고 심초음파 담당자는 판막의 위치, 천공의 위치 등을 확인했다. 순환기내과 단독의 판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술 전(全)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모여 논의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많은 시술에 다학제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새롭게 시도될 수술은 더욱 까다롭고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 관점은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철웅 교수는 "수술적 치료를 통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음에도 위험 때문에 수술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 수술과 같은 시도와 경험이 쌓여 다른 판막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