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 필요하다면 지구촌 어디든 간다”
최종수정 2018.08.21 06:02 기사입력 2018.08.21 06:0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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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과거와 달리 이번에 파견된 1진의 경우 대부분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구성됐다. 긴급구호 뿐만 아니라 낙후된 국가의 의료시스템 향상 등에서 코이카(KOICA)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긴밀히 협조하겠다.”
 
20일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에서 만난 해외의료지원팀 노동환 팀장(이비인후과 전문의)[사진]은 긴급구호·낙후지역의 보건의료시스템 향상 등에서 NMC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NMC 해외의료지원팀은 해외긴급구호대 의료팀을 평시에 관리하고, 재난 시에는 현장에 파견돼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평시에도 교육과 실습 훈련 등을 통해 해외 재난상황에 대비했고, 지난 7월29일에는 NMC 인력이 주축이 된 의료팀이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지원’을 위해 라오스로 실제 파견됐다.

라오스에서는 7월23일 SK건설이 시공한 세피안 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 붕괴 사고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폭우로 34명이 목숨을 잃고, 97명이 실종됐다. 수해로 인한 이재민은 6000여 명에 달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재난현장에 내과·소아과·응급의료과·이비인후과 등 4개 과 의료진을 파견했고, 1진으로 파견된 노 팀장과 의료진들은 1000여 명에 가까운 이재민들을 치료했다.
 
재난지역의 일반적인 진료 시스템 자체가 붕괴돼 일반적인 질환을 담당하는 내과, 이재민 중 아이가 많아서 소아과, 응급상황에 대비한 응급의학과, 환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호흡기질환을 대비한 이비인후과 등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있었다.

사진설명: 진료가 이뤄진 이동식 병원. 감염 등에 대비된 밀폐형 텐트.
노 팀장은 “현장에 제대로 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현장 진료소’를 차리고, 필요한 물자들을 직접 공수에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배치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특히 이번에는 통상적으로 ‘구조팀+의료팀’ 구성이 아닌 ‘의료진+지원팀’만으로 파견됐는데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라오스의 인접국에서 구조를 담당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의료팀 지원만을 요청했다.
 
헌장에서의 작업은 주립병원과 함께 재해현장을 동시에 지원하는 이원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병원 시스템이 워낙 낙후돼 있었기 때문에 진료는 주로 이동식 병원(텐트)에서 진행됐다.
 
노 팀장은 스무살 청년 환자를 떠올리며 “진피낭종이 곪아서 척추 바깥쪽 막부터 시작해서 목 쪽으로 곪아 있는 환부를 텐트 안에서 수술했다”며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등 밀폐형 텐트 안에서 많은 일들이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사진설명: [左] 이동식 병원 안에서 목 양성종양 수술 중인 노동환 팀장. [右] 낚시 바늘과 실이 혈관까지 박힌 환자의 환부.
이외에도 노 팀장과 팀원들은 낚시 바늘 뿐만 아니라 실까지 박혀 있던 아이 엄마를 비롯해 하루 2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노 팀장은 “대한민국 의료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활동하겠다”며 “NMC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NMC 정기현 원장이 지난 취임식에서 “해외 의료 활동 등에서 NMC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지속적인 관심 필요하고 긴급구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아”
 
한편 노 팀장은 라오스 댐 붕괴와 관련해 긴급구호를 넘어 라오스의 의료시스템 확립을 위한 민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팀장은 “긴급구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기간·역할이라는 한계가 비교적 뚜렷하다”며 “조기 복구사업, 향후 재건과정에 이르기까지 현장에는 지속적인 의료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000년 대 초반 라오스에서는 수 천 명 이상이 수인성질환의 유행, 콜레라 등으로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이재민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현지 상황에 대해 우려한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재정·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나 SK에서도 의료적인 부분에 대해 계획을 갖고 지원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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