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보건의약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부에서는 어김없이 영역 간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수장에 투쟁가 이미지가 짙은 최대집 회장 당선으로 이어졌다. 밖으로는 ‘병원 내 폭력과의 전쟁’으로 수 많은 국민들이 망연자실했고, 대리수술로 전국의 병원 종사자들은 시름했다. 여기에 2018년의 끝자락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이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이중고를 겪어 온 보건의약계에 그나마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미약품에 이어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 기술 수출을 이뤄내면서 글로벌을 향한 R&D 희망을 엿보게 했다.
국내 1호 영리병원, 뜨거운 감자 급부상 녹지국제병원
2018년의 끝자락, 국내 1호 영리병원 설립 소식에 전국이 들썩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북아 의료중심’ 구상에 따라 2002년 영리병원 허용을 포함한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된 지 16년 만이다.
외국인 환자만 받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 뿐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각계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반쪽짜리 병원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받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근혜 퇴진 집회 이후 3년 만에 제주시청 앞에 촛불이 등장 하고 제주도청 앞에서는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 돼 있다. 4년 만에 전국단위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재구성 될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영리병원 철회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했으며 제주도의 국내 1호 영리병원 도입을 규탄하고 원희룡 지사의 퇴진 등 반대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결의했다. 지난 12월 15일에는 광화문에서 ‘제주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제주에서는 2016년 말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가 장장 133일에 걸쳐 열린데 이어 이번에도 정기적인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다. 국회에서도 영리병원 허가는 과잉의료, 의료비 폭등, 의료 양극화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촉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들썩이게 한 대리수술, 공공의료기관까지 파문
“의사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저버려 의료계 신뢰를 추락 시켰다.”
지난 5월10일 부산 영도구 소재 한 정형외과 의원에서 의사 A씨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B씨에게 어깨수술을 대신하게 하는 등 수 차례 대리수술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대리수술 관련 내부고발이 터져 나오면서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의원급은 물론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 대리수술을 해온 관행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환자들은 의사가 아닌 영업사원이 수술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수술 참여까지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내저었다.
더욱이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해 했다. 보이지 않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환자는 대리수술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는 대리수술 의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총체적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간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대리수술로 관련 단체는 물론, 복지부, 국회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그 가운데 검찰은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결국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형외과 의사에게 징역 5년, 영업사원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빅5 병원 교수들 검찰 고발 초유사태 ‘PA’
대한병원의사협회의 불법 진료보조인력(PA) 의료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파문은 마치 꽁꽁 숨겨왔던 의료계의 민낯을 들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상급종합병원, 그것도 국내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빅5 중 2개 병원의 특정 분과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이번 고발과 관련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불법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했던 의료계 병폐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