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도 못하면서 연중으로 환자를 돌보다 뇌출혈로 쓰러져 자신이 일하던 병원 중환자실에 1년 여 입원 중인 서울 유명 대학병원 S교수의 소식이 안타깝게 회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순직에 이은 인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근무 중 사망 비보(悲報)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과로가 입원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사회에선 희생과 봉사, 사명감이라는 알량한 허울을 벗고 내 생명부터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오래다.
올해 대한중환자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일부 공개된 199명의 중환자실 전문의 대상 근무실태 조사는 충격적이다.
외래진료 등 다른 업무를 겸하게 되면서 주 50시간 이상 60시간 이하 근무자는 전체의 22%, 60시간 이상 근무는 32%에 달했다.
이들에게 중환자실 밖 근무는 오히려 다행이다. 융통성을 갖고 근무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덕분이다.
반면 긴 시간 중환자실에 들어가 모든 진료과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전문의들은 과부화가 걸린다. 쉬는 시간은커녕 퇴근도 기약할 수 없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 의학과)은 “젊었을 땐 열정으로 버텨왔지만 결국 과중한 업무로딩으로 '번아웃(Burn out)' 된다. 현장 상황에 전혀 맞지 않은 인력기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직이나 연장근무 등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다시 환자를 마주할 때면 ‘내 수명을 환자에게 나눠주는 것 같다’는 어느 응급의학과 교수의 말은 열악한 환경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는 교수들의 진료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의료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의료진 과로는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건강에 적신호를 보인 의사들이 늘면서 학회가 사태 해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