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일산병원, 뇌(腦) MRI 분석 \'뇌지도\' 개발
최종수정 2025.10.27 23:35 기사입력 2025.10.27 23:3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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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조재민기자]

뇌경색과 치매 위험을 높이는 만성 뇌(腦) 백질변성 악화가 환자 특성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되는 세 가지 시공간적 경로를 따른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규명됐다.


김동억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뇌졸중 중점연구소장) 연구팀은 미국 USC 김호성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총 5만명의 뇌 MRI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 백질변성 진행 경로를 예측하는 \'뇌지도\'를 개발했으며, 이는 향후 환자 맞춤형 뇌졸중·치매 예방 전략 수립에 전기가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한국인 뇌졸중 환자 1만 명과 영국 정상인 4만 명의 뇌 MRI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뇌신경 혈관계 노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백질변성이 ▲전두-두정엽 중심형 ▲방사형 확장형 ▲측두-후두엽 중심형의 세 가지 뚜렷한 경로로 진행하는 것을 규명했다.


특히 환자 특성에 따라 진행 양상이 달랐다. 여성과 고혈압 환자는 백질병변이 \'전두-두정엽 중심형\'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남성과 심방세동 환자는 \'측두-후두엽 중심형\' 진행 양상이 두드러졌다. \'방사형 확장형\'은 가장 보편적인 진행 형태였다.


주목할 점은 현재 MRI에서 관찰되는 백질변성 소견만으로도 향후 진행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행 경로에 따라 뇌경색 환자 예후도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전두-두정엽 중심형\'은 급성 뇌경색 발병 후 1년 내 뇌경색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측두-후두엽 중심형\'은 뇌경색 후 뇌출혈 부작용으로 인한 증상 악화가 더 흔하고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분석됐다. \'방사형 확장형\'은 뇌경색 후 급성기 악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흥미롭게도 이 세 가지 경로는 건강한 일반인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으며, 일반인의 대부분은 뇌 백질변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팀은 본 뇌지도가 정상인의 뇌졸중 발병 위험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 연구를 계획 중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제1 저자인 정진용 박사는 \"의료AI 전문 기업 제이엘케이(JLK)와 협력해 뇌 백질변성 진행 경로를 예측하는 뇌지도를 환자 진료와 건강검진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김동억 교수는 \"노화나 허혈 손상 등으로 악화되는 뇌 백질변성이 시공간적으로 예측 가능한 세 가지 경로 중 하나를 따른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면서 \"개인별 진행 경로를 파악함으로써 향후 뇌졸중이나 치매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맞춤형 예방 전략 수립이나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부(대학중점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바이오 연구 데이터 활용기반 조성사업), 한국연구재단(중견연구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

조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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