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차례의 원가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수준은 원가의 70∼80% 수준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특히 보험자병원인 건보공단 일산병원의 2016년 원가계산시스템을 토대로 계산한 의원급 원가보전율은 62.6%수준이었다.
이처럼 건강보험 저수가 논란은 건강보험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저수가를 인정하고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의 문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정부가 처음으로 저수가 체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급여를 억제하고 보장성 강화 및 국민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적정수가 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했으나 정작 적정수가 수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적정수가 논란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이 의사들의 수입 보전 논란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고소득자인 의사들의 수입을 올려달라는 소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다르다. 통상 의료수가는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수입원일 뿐만 아니라 감염 관리, 환자 안전 관리 등 의료기관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등 근본적으로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다.
이에 적정수가라 함은 이처럼 의료기관이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적정한 비용이지 ‘수가=의사수입’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와 국민건강 보험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에 의거,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편입되어 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즉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상 의료기관은 건강보험환자를 당연히 진료해야 하는 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당연지정제). 반면 우리나라 의료공급의 93%는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운영의 재원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는 정부에 의해 원가의 70∼80%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 제도를 취하면서도 그 운영은 민간에 맡기고 있고, 이에 민간에 과잉 보험을 통제하기 위해 수가는 정부가 통제하는 기전인 것이다.
작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서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손실이 없도록 적정수가를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해인 지난달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정수가 보장 발언이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를 의심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