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기자] 충북 청주에서 가족들과 산행에 나섰다가 실종됐던 조은누리(14)양이 지난 8월 2일 실종 열흘 만에 기적같이 발견돼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산 속에서 장기간 실종되면 생환 소식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더욱이 10대 여자 청소년의 경우에는 더 더욱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은누리 양의 발견은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가족은 물론 무사귀환을 고대하던 국민들도 안도감을 내쉬며 생환을 축하했다. 그리고 조 양 생환 이후 장기간 조난으로 심신이 많이 나약해진 신체를 회복시켜 건강하게 가족에게 돌아가게끔 분투했던 의료진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구조 더욱이 사회 통념을 뛰어 넘는 구조 당시 긴박한 상황부터 이어진 후속 진료까지 조 양의 진료 및 치료를 총괄한 하태선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데일리메디가 만났다.[편집자주]
청명했던 초여름. 청주 신문리 주민들이 ‘탑산’이라고 부르는 한적한 야산을 찾은 조은누리양이 가족과 떨어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 날 조 양은 어머니 및 지인 9명 등과 함께 탑산에 있는 무심천 발원지에 오르기 위해 산행에 나섰다. 그러나 등산로 초입에서 무심천 발원지 방향으로 500m쯤 되는 지점에서 조양은 “벌레가 많아 올라가기 싫다”며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다.
여름철 산행이 힘들꺼라 생각했던 조 양 어머니가 “등산로 초입 돗자리를 깔아 놓은 곳에 내려가 있으라”고 말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2시간 후 돗자리를 깔아둔 지점에 조 양 어머니 일행이 돌아왔지만 아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신문리 이장은 기다리던 조양이 어머니를 찾아 벌목작업을 해둔 길로 잘못 들어서면서 길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도 다시 가족을 찾아 산 정상 부근 무심천 발원지 방향을 찾다가 조 양이 길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다.
조 양은 지적장애 2급과 자폐증상을 앓고 있으면서도 청주 모 중학교 학교 대표 수영 선수로도 활약하고 있었다.
때문에 세간에서는 걱정과 함께 평소 강도 높은 수영훈련을 받았던 조 양의 체력이 버텨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이후 군·경·소방관 200여 명과 구조견 2마리, 군견 1마리, 군·경찰·지자체가 보유한 드론 10여 대가 투입되는 등 대대적인 조 양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실종 열흘만인 8월 2일, 군 수색대는 산 정상으로부터 520m 떨어진 지점 물이 마른 계곡 바위에 기대 웅크리고 있는 조 양을 발견했다.
조 양이 발견된 직후 언론들은 앞다퉈 조은누리 양의 생환 소식을 전하며 ‘다행히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알렸다.
그러나 초기 언론보도와는 달리 발견 당시 조 양은 중증탈수와 신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며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는 것이 병원측 전언이다.
하태선 교수는 “조양 발견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양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했으나, 이는 부모를 알아보는 등 정신상태만 정상이었다는 의미였다. 특히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는 3.57 mg/dL로, 약 20~30%의 신기능만 남아있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발견 당시 조 양은 찰과상과 곤충에 의한 자상, 피부감염 등이 있었으나 골절 등의 심각한 외상은 없었다.
그러나 내상은 심상치 않았다. 장기간 금식으로 인해 정상 체중의 약 6.7%가 감소했으며(평소 45kg에서 발견 시 41.5kg), 장기간 금수로 인한 중증탈수 증세도 보였다. 이와 함께 저혈압(수축기 60 mmHg), 감염 등의 소견도 있었다.
장기간 금식과 탈수는 전신 기관과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하 교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