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R&D) 모멘텀과 대외 리스크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극화\' 장세가 연출됐다.
차세대 치료제 및 신약 기대감이 커진 기업들은 시장에서 상승 곡선을 그린 반면, 알테오젠·한올바이오파마 등 돌발 악재를 만난 기업들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일동제약과 현대약품이 각각 비만과 탈모 시장에서 신약 성과가 기대되면서 매수세를 끌어 모았다. 비만과 탈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심이 가장 높은 분야다.
우선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ID110521156)에 대한 기술수출(L/O) 기대감이 구체화되며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주사제 중심 기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알약\' 형태가 갖는 복용 편의성과 높은 생산성이 부각되고 있고, 특히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상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최근 빅파마인 화이자가 중국 기업과 3조원 규모 저분자 기반 비만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국내 기업 중에선 일동제약이 저분자 비만약 기대가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동제약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은 임상 1상에서 최고용량 200mg 투여 시 4주차 평균 9.9%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일라이 릴리 오르포글리프론 대비 약 3.5%P 높은 효과다.
실제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주 월요일 2만7850원에서 금요일 4만4300원(12일 종가기준)까지 올랐다. 이는 52주 신고가로 한 주 만에 무려 59% 오른 수치다.
일동제약은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며 다수 글로벌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대약품은 이른바 \'바르는 탈모약\' 호재로 시장을 달궜다.
현대약품이 국내 독점 판권을 보유한 \'윈레비\'의 개발사, 이탈리아 코스모 파마슈티컬스가 동일 성분을 활용한 남성형 탈모 치료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 때문이다.
윈레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여드름 국소 치료제로, 피부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전신 노출을 최소화해 안전성이 높고 그 동안 미국 처방 규모를 확대해왔다.
특히 코스모 파마슈티컬스는 최근 바르는 남성 탈모 치료제의 3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에 신약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약품이 해당 탈모 치료제 국내 시장 진입 기대감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 12월 4일까지도 3895원이던 주가는 11일 6280원(종가기준)으로 61% 올랐다.

특허·임상 사안 악재 \'알테오젠·한올바이오\'
코스닥 시총 상위 업체들은 경쟁사 및 파트너사발(發) 악재에 다소 휘청였다.
알테오젠은 경쟁사 할로자임이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IPR) 청구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할로자임 측이 히알루로니다제(ALT-B4) 관련 미국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며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알테오젠 핵심 기술은 피하주사(SC) 전환 플랫폼 ALT-B4다. 미국 머크(MSD)를 포함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일본 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수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MSD 키트루다 SC가 미국에 출시했고, 유럽 허가도 임박했다. 2028년 기준 로열티 매출은 약 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할로자임이 MSD를 걸고 넘어진 데 이어 알테오젠의 SC 전환 기술 ‘ALT-B4’ 특허에 대해 걸고 넘어진 상태다. 이미 ‘키트루다’ SC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도 이끌어냈다.
시장에서도 소송 리스크에 우려가 큰 모습이다. 12월 4일 주가는 51만9000원에서 12일 43만3000원(종가기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한 주 동안 16% 가량 떨어진 수치다.
알테오젠 측은 \"할로자임이 선행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특허의 내용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분석을 마친 상태\"라며 \"대응 방안을 준비해 뒀고, 특허 유효성을 강하게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올바이오파마도 미국 파트너사 이뮤노반트 임상 지연 소식에 우려가 일부 나오고 있다.
이뮤노반트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토클리맙(HL161)\'의 중증근무력증(MG) 임상 3상 탑라인 결과 발표 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늦은 2026년 상반기로 연기한다고 밝히면서다.
앞서 한올바이오파마는 바토클리맙과 이를 개량한 신약 ‘아이메로프루바트’를 이뮤노반트에 기술이전한 바 있는데, 임상 3상 결과가 내년으로 지연되며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파트너사가 바토클리맙의 기술 반환 논의 등 부정적 전망까지 겹치며 주가도 하락했다. 12월 4일 5만6000원에서 12일 4만2550원(종가기준)으로 24% 떨어졌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바토클리맙은 중증근무력증(MG) 임상에서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고 다수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충분한 상업성과 경쟁력을 보유했다”며 “여러 적응증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 예정된 일정에 맞춰 주요 임상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