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가 진료와 연구라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 기업가로서 막대한 부(富)를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가 설립한 에임드바이오가 코스닥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3조 원을 돌파하며 바이오 업계와 의료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명예를 위한 창업을 넘어 의대 교수의 임상 경험과 기술력이 자본시장과 결합했을 때 \'거부(巨富)\'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입증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
셀트리온도 2년…상장 1주일 만에 ‘3조 클럽’ 입성
15일 한국거래소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에임드바이오는 공모가(1만1000원) 대비 300% 급등한 4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른바 ‘따따블’을 기록했다. 열기는 이튿날까지 이어져 상한가를 기록, 단숨에 시가총액 3조 원 고지를 밟았다.
에임드바이오는 오늘(15일) 기준 7만 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리며 몸집을 키웠다. 보호예수 물량이 많아 6만원 가량에서 주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일각의 평가를 무색하게 할 만큼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는 국내 바이오 대장주들 성장 속도를 훨씬 앞지른 기록이다. 코스닥 상장 후 시가총액 3조 원을 돌파하기까지 셀트리온은 2년 2개월, 알테오젠은 5년 3개월이 소요됐다.
반면 에임드바이오는 불과 일주일 만에 코스닥 시총 20위권에 안착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상장 최대 수혜자는 창업자인 남도현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성균관대 의대 교수인 남도현 CTO는 에임드바이오 지분 34.6%(상장 후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상장 직후 주가 폭등에 따라 그의 지분 가치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났다. 의료 현장 임상 경험이 시장의 자본과 만나 폭발적인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남 CTO는 상장 후 2년 6개월간 보호예수를 설정하며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주가만으로도 그는 국내 의대 교수 출신 중 손꼽히는 자산가 대열에 합류했다.
‘베스트 타깃’ 전략과 글로벌 기술수출
시장이 남 교수와 에임드바이오에 높은 점수를 준 배경에는 철저히 계산된 기술적 전략이 있었다. 에임드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초기부터 ‘베스트 타깃(Best Target)’ 선정에 사활을 걸었다.
이러한 기술력은 상장 전부터 굵직한 기술수출(L/O) 성과로 이어졌다. 금년 10월 베링거인겔하임에 ADC 신약 후보물질 ‘ODS025’를 최대 1조46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남 교수는 “설령 타깃이 나쁘더라도 바이올로지에 맞는 ADC를 고르는 게 핵심”이라며 초기부터 환자 유래 샘플을 활용해 임상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실제 자체 신규 항체 스크리닝 기술과 AI를 접목해 통상 수년이 걸리는 타깃 후보 도출 기간을 4~6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조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