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대정부 협상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의정협의체와 안전진료 TF 회의, 심사체계 개편 회의 등 보건복지부나 그 산하 기관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의협은 전면 불참하게 됐다.
이후 시간이 지났음에도 의협은 협상 보이콧 카드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의협은 정부가 이제는 수가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진찰료 30% 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가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정부가 신뢰 저버렸다”
의협은 정부가 진찰료 30% 인상안에 대해 불가 방침을 밝히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지난해 의정실무협의체에서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투쟁 기조를 협상으로 바꾼 상태였다. 일명 문재인케어에 대해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고 강조해오던 최대집 회장이 지난해 9월 의정 합의를 통해 투쟁이 아닌 협상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의정 합의는 건보 보장성 정책을 필수의료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의정 합의를 기점으로 의협은 ‘급진적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는 표현도 수정하며 정부와의 협상에 공을 들였다.
이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의협은 복지부에 진찰료 30% 인상안을 제시했고 의정협의는 답보상태가 됐다.
복지부는 “진찰료 30% 인상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유보했고 의협은 지난 1월까지 진찰료 30% 인상에 대한 입장을 정부에 거듭 요구했다.
그런 가운데 금년 2월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진찰료 인상과 처방료 부활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며 사실상 불가방침을 밝혔고, 의협에 관련된 내용의 공문도 전달하며 공식적으로 불가 방침을 전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복지부의 이번 답변은 저수가 체제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에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사들 열망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이자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가적정화 약속도 져버리는 복지부 행태로 인해 의정관계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이런 행태는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식어버린 의료계 투쟁 열기 회복 가능할지 주목
문제는 투쟁을 천명한 의협 투쟁동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역의사회를 순회하며 간담회를 갖고 투쟁동력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대정부 태세를 협상으로 전환하면서 정부와 협의에 중점을 뒀고 그에 따라 투쟁 동력도 전과 같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진찰료 인상 거부를 계기로 의협이 다시 협상에서 투쟁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즉각적인 대응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진찰료 인상안이 거부될 줄 알고 있었음에도 의협은 제대로 된 준비를 못했다”며 “의협이 바로 투쟁할 수 있는 상황인가. 이미 투쟁동력은 상실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의협 투쟁 로드맵이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최대집 회장과 시도의사회장단이 회의를 가졌는데 최대집 회장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며 “최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는 ‘의료대전(大戰)’이라는 말을 써가면서 금방이라도 파업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정착 회의에서는 통상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