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일관계 악화가 일본계 제약업체는 물론 국내 제약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거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이어 의약품 수입국 2위를 기록했다. 이는 화장품 부문까지 모두 포함하는 수치다.
의약품만 따로 분리해서 보면 원료의약품은 3억336만 달러(약 3562억원), 완제의약품은 2억6666만달러(약 3130억원), 의약외품 952만7000달러(약 112억원)로 집계된다.
대표적인 전문의약품 품목으로는 일본 제약사인 에자이의 치매치료제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가 있다. 국내에선 대웅제약이 제조와 허가를 맡고 있으며 한국에자이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아리셉트는 올해 1분기 원외처방액 약 205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전문의약품 중 6위를 차지했다.
아스텔라스의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하루날디'(성분명 탐스로신)는 보령제약이 도입해 국내 판매를 맡고 있다. 하루날디 역시 올해 1분기에만 원외처방 176억원을 기록하며 10위에 올랐다.
대형 품목에 속하는 다이이찌산쿄의 고혈압치료제 '세비카'(성분명 올메사르탄), 고혈압 3제 복합제 '세비카HCT'(성분명 암로디핀·올메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는 대웅제약이 국내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세비카는 1분기 122억원, 세비카HCT는 82억원 정도 원외처방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 의약품 수입 비중이 상당히 크고, 대형사들이 이들 제품들의 유통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들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을 것"이라며 "물론 '의약품'은 다른 재화와 달리 생명과 직결돼 있다보니 주요 불매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으나 국민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니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상품의 경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의약품의 경우 매출 자체에는 타격이 없겠지만, 원료의약품 수급이란 변수가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전문의약품 처방 패턴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양국 간 정치 갈등으로 인해 처방하던 약 종류가 바뀌거나 새로운 약 처방 시 일본 약을 꺼리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의학적 판단 아래 과학적 데이터를 갖춘 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일반의약품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