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의 잇따른 ‘단독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의사협회가 전방위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1월 7일 단독법 추진 협약식을 통해 각각 ‘한의약법’, ‘치과 의사법’, ‘간호법’ 제정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대한물리치료사협회가 “물리치료 면허업무체계 재정비 등을 위한 조치”라며 촉발된 단독법 제정 이슈는 그 어느 때보다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보건의료단체는 ‘따로 또 같이’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단독법 제정 협약을 맺은 단체들은 “의료과학 발전을 통해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변화와 발전을 담아낸 독립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1980년대부터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만성질환관리 중심, 그리고 공급자에서 국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낡은 의료법 틀에 묶여 현대 보건의료의 새로운 가치와 요구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칭 간호법, 한의약법, 치과의사법을 통해 의료인이 재가, 노인 및 장애인 시설, 학교 등 지역사회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인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면허로 규정해야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현행 의료법이 의료장비를 의사만 독점토록 규정하고 있고, 진단 수술 등의 특정 업무만을 수행하는 의사에게 보편적 이고 절대적 면허를 부여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 단체는 “의료인 역할이 다양화, 전문화, 분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은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에 대한 의학 독점권과 절대적인 면허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시정을 위해 3개 의료인단체별 단독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물리치료사 “현장에서 의사 지도 없어”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이명수,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11월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주제로 재활보건의료체계 혁신과 변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김기송 부회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가칭)물리치료사법은 ▲물리치료사 정의 ▲업무범위 ▲전문물리치료사 도입 ▲협회 및 공제회 설립 등의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는 물리치료 면허에 해당하는 업무범위를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물리치료 행위를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으로 정의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사가 물리치료사를 지도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게 물리치료사들의 주장이다.
실제 의사가 있는 공간과 물리치료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인 물리치료실은 분리돼 있다. 현실적으로 100% 처방전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따라 물리치료사법이 제정되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제외되며, 의사의 지도는 처방으로 바뀌게 된다.
김기송 부회장은 “물리치료 영역이 의료기관 이외에 지역 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에도 현행법은 의사 지도를 전제로 하고 있어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처방을 전제로 한 물리치료 업무, 지역사회에서 행해지는 재활요양, 물리 치료에 필요한 기기 및 약품 사용·관리 등도 의사 지도 없이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로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물리치료사가 이처럼 나선 데는 현행법과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지도가 사실상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회장은 “물리치료사들은 의료기관에서 업무를 시행하기 전 의사로부터 물리치료에 대한 내용을 지도 받은 적이 없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천봉쇄하려는 의료계의 주장은 비효율성을 이용한 경제적 착취”라고 비판했다.
물리치료사법을 제정함으로써 보건복지부가 적극 추진 중인 ‘커뮤니티 케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부회장은 “만성퇴행성·뇌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등의 증가로 국민재활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물리치료사법은 재활의료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며 “노인, 장애인 등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에 대해 지역사회 기반 재활요양 서비스는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적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