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수첩] 국내 1호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풍랑과 같은 외부요인보다는 선장의 그릇된 판단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제일병원의 선장은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이다. 이재곤 이사장은 제일병원 창립자인 고(故) 이동희 이사장의 장남이다. 이동희 이사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조카였다.
이 이사장은 1996년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제일병원을 맡아줄 것을 청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2005년까지 '삼성제일병원'이란 간판을 달고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재곤 이사장이 독립을 원하면서 제일병원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병원 간판도 삼성제일병원에서 제일병원으로 바꿔 달았다.
새출발을 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제일병원은 기대와 달리 조금씩,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이사장의 무리한 병원 증·신축 욕심이 화근이었다.
이재곤 이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낙후된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고, 여성암센터, 건강검진센터 등을 설립했다. 제일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연구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처럼 대규모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지 확보를 위해 11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차입 비용이 생겼다. 병원 확대 공사는 건설 경험이 전무한 업체에 맡겨져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정확한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추가적인 금융권 대출이 가능했는데 이를 실행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모색한 것도 병원이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이 이사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병원 증·개축 공사비 명목 등으로 3차례에 걸쳐 1000억원대 담보대출을 받았고, 이 중 수 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경영난을 벗어나는 돌파구로 의료진 및 직원들의 인건비를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노조 역시 처음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체불 임금은 더 늘고 의료진은 점점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인사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간호사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참다 못한 노조는 경영진에 책임을 물으며 총파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