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기자] “증명의 부담을 피해자 측에 돌리고 가해자 범주에 있는 자들에게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이러한 법리는 인과관계 판단에서 오히려 사회적 후퇴다.”
정상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 1일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대한금연학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담배소송 국제세미나’에서 지난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사회적 후퇴’라고 분석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폐암 등이 발병한 사람들에게 제공한 보험급여를 배상하라면서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6년 7개월 만에 1심 패소한 바 있다. 건보공단은 이에 즉각 항소를 제기, 현재 재판은 진행 중에 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청구와 소송 관련 흡연자 대리 담배회사 상대 손해배상 청구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에 대해 정상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담배회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정작 담배 제품 위험성과 피고들이 제조 및 수입, 판매 당시에 알고 있었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이 없었던 점과 다른 사건임에도 과거 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한 점 등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주식회사 케이티앤지와 한국필립모리스 주식회사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지난 2003년부터 12년까지 폐암 중에서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을 진단받아 공단이 지급한 보험금 530여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질병이 나타나 손해를 입은 환자들의 담배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공단이 대신 청구하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함께 진행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법원은 건보공단 지출은 건강보험법에 따른 의무이행으로 보험급여금을 지급한 것이니 손해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환자들의 구상금 청구 또한 담배 제조사의 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없고 통상적인 안전성 또한 결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부정했다.
이에 정 교수는 “이번 판결은 담배가 법률적‧사회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성급하게 제조물로서 갖춰야 할 통상의 안전성을 도출하거나 결과의 회피가능성을 부정하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기인한 것임을 강조하며 담배 제조 및 수입, 판매 행위의 위법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동차나 식재료 등 기타 제조물이 상황에 따라 위험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 구성부분이 유해하지는 않다”며 “그러므로 일반적인 식료품 등 제조물에 관한 책임의 인정과 흡연으로 인한 담뱃재의 제조물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동일한 원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교수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이 다름에도 지난 1999년 흡연으로 인한 피해자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했다가 패소한 소송 판결문을 법원이 무비판적으로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9년 사건은 폐암 중에서도 선암 발병 사례였고 이번은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 발병 사례로 질병에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와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제출했지만 사법부는 검토의 흔적 없이 이전 사건을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며 “사회적 흐름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판결문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질병 발생 상대위험도가 선암은 2.1배에 불과했지만 소세포함은 21.7배, 편평세포암은 11.7배에 달한다.
정 교수는 “담배 자체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 없이 안전성이 결여되지 않았다는 비논리는 흡연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기저를 반영한 것”이라며 “위험하지 않은 물건에 대한 선택은 환자 측의 책임이라 볼 수 있지만 첨부터 위험한 물건 제공하고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자유의사로 판단했으니 스스로 책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이윤신 건강증진과장은 “정 교수님이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해 정부도 공유해오고 법원에서 담배의 위험성을 파악하지 않았던 부분은 문제라고 보고 특별히 제조과정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책임을 원고에게 요구한 문제 또한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담배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 생명권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인내를 갖고 가야 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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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