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데일리메디기자] 소박하지만 나름 희망을 갖고 시작한 2020년 경자년(庚子年)도 4분의 1이 지나갔다.
연말 송년회, 그리고 올해 신년회를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이제는 봄의 화신 진노랑색의 개나리를 비롯해 연분홍색 진달래, 하얀색의 벚꽃까지 활짝 피었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날씨가 정말로 좋은 일상(日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범사(凡事)에 감사하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질 것이다. 평범한 생활이 축복인 사회. 항상 평범했던 일상도 특별해지는 이 순간들. 코로나19로 인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을 보낸 지도 벌써 2달이 다 돼 간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도 이미 겪었지만 이렇게 장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학회활동 금지, 해외여행 금지, 각종 모임 금지 등을 강요하는 감염병은 신종 코로나19가 처음이다.
예전 이맘 때면 날씨는 좋은데 미세먼지 등으로 공기가 안 좋아 밖에 나가는 것을 주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세먼지를 두려워했던 것은 사치였던 셈이다.
주말에도 집안처럼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 보니 미세먼지가 있어도 마음 편히 돌아다녔던 때가 그리워진다. 미세먼지가 많아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었던 과거 봄날들이 사실은 얼마나 평화롭고 감사했던가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병원내 이메일을 보면 요즈음의 시류를 대강 읽을 수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스팸메일이 각각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메르스나 신종플루가 유행일 때에는 메르스 검사나 신종플루 검사 장비 관련 스팸메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오더니, 요즘은 코로나19 진단시약 및 진단장비 광고와 관련된 스팸메일 천지다.
병리의사로서 국란을 초래한 코로나19 감염을 보며 느낀 것이 있다.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 모든 언론이 임상적인 증상 및 치료 등에 관해 논의를 하지만 병리적인 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험성은 염증반응과 관련 커"
사실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는 염증반응과 관련이 있다. 염증은 크게 급성염증과 만성염증으로 구분된다. 급성염증은 바이러스에 맨 처음 노출됐을 때 일어나는 반응으로, 바이러스 침입 후 수시간 또는 수일 동안 지속되며 이때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만성염증으로 넘어간다.
급성염증은 만성염증에 비해 목젖이 부어오르고, 발열, 통증 같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염증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는 염증의 화학적매개체가 만들어진다. 코로나19 감염에서 열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여러 화학적매개체 중에 프로스타글란딘이 주로 작용한다.
염증반응이 없다면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염증반응은 바이러스를 제거해줘 우리 몸을 보호하는 상당히 유익한 반응이다.
그런데 염증반응이 바이러스만 제거해주면 좋은데 가끔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인데 이것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세포와 거기서 분비하는 활성화합물인 사이토카인이 바이러스만 죽일 수 있는 양보다도 훨씬 더 많이 과잉생산돼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도 공격한다.
그 결과, 여러 장기들이 손상되고, 우리 몸 안에 액체가 축적돼 부종도 심해지면서 폐렴 등이 더 악화돼 호흡곤란으로 이어져 환자 사망률이 높아진다.
오히려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에게서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환자라도 안심할 수 없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 사람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2020년 3월 26일 기준(美 존스홉킨스대학)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51만명이고, 사망자 수는 2만2천명을 넘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는 기하급수적인 불길한 흐름이다.
전세계적으로 처음 확진자 발생에서 10만명 도달하는데 67일, 20만명까지 11일, 30만명까지 늘어나는 데는 4일이며 40만명까지는 단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