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10곳의 퇴원환자 100명 중 11명에게서 진료 과정 중 위해사건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확인된 위해사건의 28.3%는 예방 가능성이 50%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와 중앙대 간호학과 최은영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보건복지부가 2024년 실시한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책임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 5곳과 종합병원 5곳에서 2021년 24시간 이상 입원한 뒤 퇴원한 성인 환자 500명씩, 총 5000명의 의무기록을 살펴봤다.
위해사건은 환자의 기저질환이 아니라 의료적 관리로 인해 발생한 손상을 뜻한다. 연구팀은 41개 기준으로 의무기록을 선별한 뒤 의사·간호사의 재검토와 중앙 검토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해사건을 확정했다.
조사 대상 5000명 가운데 565명에게서 위해사건 612건이 확인됐다. 한 환자에게 여러 위해사건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가장 흔한 것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발생한 ‘환자 관리 관련 사건’으로 전체 위해사건의 37.3%를 차지했다. 약물·수액·혈액 관련 사건이 36.1%, 수술·시술 관련 사건이 26.8%로 뒤를 이었다.
감염 관련 사건은 16.3%, 진단 관련 사건은 4.9%였다. 하나의 위해사건이 여러 유형에 해당할 수 있어 유형별 비율의 합은 100%를 넘는다.
환자에게 미친 피해는 추가적인 처치가 필요한 일시적 손상이 62.4%로 가장 많았다. 입원기간 연장으로 이어진 사건은 33.3%였으며 사망과 관련된 사건도 3.6%를 차지했다.
환자 관리 관련 사건의 71.5%와 약물·수액·혈액 관련 사건의 68.3%는 일시적 손상으로 분류됐다. 수술·시술 관련 사건에서도 일시적 손상이 50.6%로 가장 많았다.
감염·진단 사건, 빈도 낮지만 피해 커
감염과 진단 관련 사건은 발생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입원기간 연장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았다.
감염 관련 사건의 65.0%는 피해 정도가 입원기간 연장으로 분류됐다. 진단 관련 사건에서도 절반인 50.0%가 입원기간 연장으로 이어졌다. 사망과 관련된 비율은 진단 관련 사건이 13.3%, 감염 관련 사건이 12.0%였다.
입원기간이 실제로 늘어났는지를 별도로 살펴본 결과에서도 감염 관련 사건의 연장 비율이 가장 높았다. 감염 관련으로 분류된 100건 가운데 76건에서 입원기간이 늘어났다. 진단 관련 사건은 53.3%, 수술·시술 관련 사건은 48.2%에서 입원기간 연장이 확인됐다.
입원기간이 연장된 감염 관련 사건 가운데 34.2%는 연장 기간이 6∼10일이었고 14.5%는 21일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진단·감염 관련 사건은 발생 건수는 적었지만 입원기간 연장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체 위해사건의 28.3%는 현재의 의학적 근거에 비춰 예방 가능성이 50%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다.
유형별로는 진단 관련 사건의 평균 예방 가능성 점수가 6점 만점에 3.63점으로 가장 높았다. 수술·시술 관련 사건은 3.13점, 환자 관리 관련 사건은 2.95점이었다. 약물·수액·혈액 관련 사건은 2.53점으로 가장 낮았다.
의료적 관리와 손상 사이의 인과성이 뚜렷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전체 위해사건의 29.9%는 인과성에 대한 강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고 9.2%는 인과성이 확실한 사건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의료기관이 환자안전 개선 과제를 정하고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 정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