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2019년 국내 바이오 업계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올초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시작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의 국산 신약 29호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의 신약 임상시험 실패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바이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그동안 엄청난 투자금 등이 몰렸던 K-바이오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슈 터지면 요동치는 바이오기업 주가
반도체, 자동차 업종과 함께 바이오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계획 발표가 무색하게 금년 상반기 바이오는 침체기가 이어졌다.
코스닥시장 제약업종지수는 2018년 1월 고점(13,913포인트) 대비 2019년 8월 저점(5979포인트)까지 20개월 동안 57.03% 급락했다.
침체 원인은 다양했다. 신약 허가 취소를 비롯해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인한 검찰 압수수색, 기술이전 계약 파기, 임상 실패 등이 번갈아 가며 터졌다.
이중 바이오 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은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다. 현재 이 회사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은 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거래소는 앞서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단을 인정, 지난 8월 26일 코오롱티슈진이 성분변경 등의 중요사항을 허위기재 혹은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최종 상장폐지까진 시간이 남아있지만, 인보사 사태는 바이오 업계에 핵폭탄급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코오롱티슈진이 상폐 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시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전(前) 거래일보다 21.82%(4800원) 하락한 1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절차에 이어 신라젠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 8월28일 부산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와 문서 등 자료를 확보했다.
면역항암제 ‘펙사벡’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이뤄진 보통주 대량 매각이 발단이다. 신라젠 임원은 자신이 보유한 약 88억원 상당의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를 한 달 새 4회에 나눠 전량 매도했다.
문제는 주식 매각 후 한 달 뒤 펙사벡이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간암 치료 임상 3상 중단을 권고 받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해당 임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신라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46% 급락한 1만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하한가인 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신라젠은 8월 28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글에서 “검찰 압수수색 대상은 일부 임직원에 국한됐으며 앞으로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었다.
신라젠 임상실패 및 검찰조사와 함께 기대주였던 헬릭스미스(舊 바이로메드)의 임상시험 실패 소식도 잇달아 전해지면서 바이오 시장 거품론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부각시켰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9월 24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엔젠시스’의 글로벌 임상 3상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실패 원인으로 일부 환자가 다른 약물과 혼용한 점이 발견돼 위약과 엔젠시스 간 효과가 크게 왜곡돼 명확한 결론 도출이 어려워진 점을 들었다.
환자 일부에게서 엔젠시스 약물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것이 발견됐고, 이는 위약과 다른 약물군 간 혼용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는 9월 24일 열린 설명회에서 “약물 혼용이라는 어이없는 사태 발생을 예상 못했다”며 “이런 불상사가 발생해 송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