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가 이번에는 전문의약품 사용과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지루하게 이어져오던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이은 새로운 갈등으로 의사와 한의사 간 전선이 더 확대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먼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 갈등은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최근 한방의료기관에서 봉침을 맞다 사망하는 사고와 관련해 “한의사들도 대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 하며 시작됐다.
지난 8월 9일 한의협은 “의료인인 한의사가 봉독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응급상황 발생시 필요한 ‘에피네프린’과 ‘항히스타민’을 단지 전문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현행 법 규정에는 한방의료기관에서 ‘에피네 프린’과 같은 응급의약품을 구비해 유사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는 상태이지만 의사들의 극렬한 반대로 전문의약품이 포함돼 있는 응급키트를 자유롭게 비치 하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의료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도 응급구조사가 에피네프린을 사용할 수 있으며 영국은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약 30여 종의 약물 투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의사가 응급상황에도 전문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한의협은 이미 한방의료기관에 응급의약품을 비치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이를 적극 활용토록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임을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응급상황 및 대처방안에 대한 사이버교육 강좌까지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사이버교육 과정 중 필수 과목으로 지정돼 평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협이 제작한 동영상 강좌는 ‘한의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과 그 대처’를 골자로 하는데 ▲봉약침과 전신 급성과민반응(에피펜 사용법 추가) ▲기흉 위험 경혈의 탐혈과 해부학적 이해 ▲한의사를 위한 기본소생술(기흉, 아나플락 시스, 훈침)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사이버교육 강좌는 공지된 지 3일 만에 300여 명이 넘는 한의사들이 수강했으며 지속적으로 수강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한의협이 “의료계는 봉침과 전문의약품 사용을 두고 논할 것이 아니라 먼저 수술실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희롱 및 대리수술, 유령수술 문제를 해결하라” 고 촉구하며 발단이 됐다.
한의협은 “아직도 수술실 내에서는 성희롱, 대리수술·유령 수술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야 하며 이를 강제하기 위한 법제화도 이뤄져야 하지만 의사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지난 19대에서 국회 의료사고 등이 발생 했을 시 분쟁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환자 동의를 얻어 영상정보기기를 통한 촬영이 가능토록 한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가 환자들의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들며 반대했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모든 한방의료기관의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구비 의무화와 수술실 내 CCTV 설치 등은 국민건강을 위해서 양보나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한의협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과 힘을 합치겠다”고 밝혔다.
醫 “한의사 전문의약품 절대 반대·CCTV 논의 필요”
반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비롯한 의료계는 한의사들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며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은 한의협의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사용 천명’ 보도를 접한 직후 한의사들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의료법 위반 행위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불법 행위 조장 역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협 관계자는 “한방의료기관에 응급전문의약품을 구비하 겠다는 것은 한의사들이 면허 권한을 넘어 불법의료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모든 한의사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은 한의협의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방의료기관에서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고소·고발을 통해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겠다”고 천명했다.
대한의원협회 역시 한의협의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사용 주장을 두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의사들은 전문의약품에 대해 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투여용량이나 투여방법조차 모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