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공모주 청약이 지난 3월 10일 마감됐다. 청약 증거금이 무려 6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바이오팜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백신 유통도 도맡으며 코로나 특수를 엎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바이오팜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반면 청약은 과열됐고 거품이 금새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상장 대어(大魚)였던 SK바이오팜은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으나 현재 주가는 상장 후 최고가 대비 반토막 났다. SK바이오팜은 작년 기준 영업실적은 적자가 2398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과 비교하면 영업적자폭이 202% 넘게 커지기도 했다.
작년 7월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4만9000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희망공모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이후 시초가 9만8000원을 형성했고 20만원을 넘기며 상한가 행렬을 지속했다.
하지만 상장 9개월여 만에 주가가 11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14일 기준 주가는 상장 첫날 종가인 12만7000원보다도 낮은 10만8500원이다.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인스가 SK바이오팜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상장 초반 고평가받은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탈 수 있다는 시각은 두 기업 모두 기업 가치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공모주’ 테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차익 실현 후 다른 공모주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 대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차익 실현을 위해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임직원들이 줄퇴사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우리사주 배정물량은 459만주다.
지난해 말 증권신고서 기준 임직원은 591명으로 1인당 평균 7484주(1주당 공모가 6만5000원)를 배정받게 된다.
이는 시장 일각의 예측처럼 오는 18일 상장때 공모가의 2배인 13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를 찍어 이른바 '따상'인 16만9000원이 된다면 1인당 배정받은 주식은 12억6479만원이 된다.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1인당 평가이익은 평균 7억7800여 만원이라는 이야기다.
임직원의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동안 팔 수 없는 보호예수에 묶이기 때문에 평가 차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의 무더기 퇴사 현상도 이 때문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CMO 및 유통 기대로 SK바이오팜과 다를 것" 전망도
다만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매출 없이 연구개발만 하는 다른 바이오 업체들과 달리 수익구조가 실체가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무더기 퇴사 현상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마련된데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다"면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부 직원이 보는 향후 비전도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다르게 볼 수밖에 없다"며 "연구·개발(R&D)에 중점을 두는 SK바이오팜과 달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코로나19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분기 누적기준 영업이익 26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연간 영업익 228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SK바이오팜이 지난 2018~2020년 각 1391억원, 793억원, 239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당시 SK바이오팜의 실적과 비교했을 때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이 뛰어나다는 점이 부각된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이라는 모멘텀이 더해져 시장의 관심은 뜨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CMO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점쳐진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팀장은 “코로나19 이전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백신 후발 사업자로 인식되면서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글로벌 백신 메이커들과 사업기회가 크게 확대된 점이 벨류에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