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이 꼽은 10가지 유망 기술 중 2013년부터 연속 선정된 주인공은 3D 프린팅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래 유망 융합 이슈 10선 중 하나로 3D 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제조 기술을 선정했다. 금년 1월부터 본격 시작된 규제샌드박스라는 혁신 기술 규제 완화 정책에서도 3D 프린팅을 빼놓을 수 없다. 잉크젯 프린트의 잉크 대신 바이오 잉크로 인공 장기와 같은 3차원 인쇄물을 뽑아내는 의료용 3D 프린팅. 고도의 맞춤화 전략으로 의료계에 더 나은 치료법과 제조 혁신을 불러올 이 기술을 조명해봤다.
의료계에서 3D 프린팅은 의료영상(CT, MRI, 3D스캐닝 등)에서 나온 설계를 통해 프린터로 의료기기 및 주변기기를 제조하는 기술을 뜻한다.
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치과에서 인공관절, 성형재료, 의료용 가이드, 장애용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의료용 결과물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교육용으로 환자 또는 인체 모형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수술 시뮬레이션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은 보청기를 비롯해 의족, 의수, 틀니 등의 부착형 의료기기다.
세 번째는 삽입형 의료기기로 인공관절, 골절합용판, 두개골 성형재료, 인공안면아래턱뼈, 추간체유합보형재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은 조직 및 장기를 생체 적합 소재로 3D 프린팅하는 바이오 분야다.
의료용 3D프린팅 기술의 주요 장점은 기존 공정으로 제작이 곤란한 환자 맞춤형 혁신 제품을 개발해 더욱 정교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 수술을 미리 연습해 수술 에 따른 위험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한다. 인체 복제 후 임상실험에 적용되면 생명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외에 공급망을 축소해 필요 운전자본과 재고를 감축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보청기·치아교정기부터 이식용 인공뼈까지 제작
초장기 의료·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은 수술 시뮬레이션용 모형이나 보청기, 치아교정기 등 비침습형 의료기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 후 손상된 조직의 재건과 재생을 위한 서지컬 임플란트 (Surgical Implants), 장기유사체, 인간 근육조직까지 3D 프린팅이 가능한?수준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이종원 교수팀에서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광대뼈 보형물을 환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환자의 광대뼈는 얼굴뼈에 생긴 종양을 수술로 떼어낸 후 움푹 꺼져 있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광대뼈를 이식해 환자의 얼굴을 원래 모양으로 회복했다.
보형물로는 몸 안에서 서서히 녹아서 없어지는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했다. 이식 후 보형물을 점차 줄어들고 골막 에서는 뼈가 자라나 2년 정도 후에 뼈조직이 보형물을 대체하도록 설계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이태훈 교수팀은 울산대학교 교원창업기업인 넥스트코어와 함께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을 활용한 환자맞춤형 코 성형수술 가이드를 개발했다.
수술 전 가상성형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을 거쳐 환자가 원하는 코의 모습을 결정한다. 3D 프린팅은 시뮬레이션 결과에 맞춰 오차 없이 미세한 제작이 가능해 환자마다 다른 얼굴 형태에 맞춘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다.
이태훈 교수는 “이번 3D 프린팅을 이용한 수술 가이드의 사용으로 가상 성형과 수술 결과가 달라서 생기는 분쟁을 줄여 환자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이 때문에 가상 성형을 기피해왔던 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초기 주제인 맞춤형 보청기는 실리콘으로 귀를 본뜬 후 3D 스캐너를 이용해 귀 모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수작업과는 달리 빠른 시간 내에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에 생산비용 줄어들고 환자 귀 모양의 스캔자료를 보관해 보청기를 분실하더라고 쉽게 재제작이 가능하기도 하다.
사람 개개인마다 치아 모양이나 구강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치아 보철물이나 임플란트에도 3D프린팅 기술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