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기자] "차병원에서 일한 날보다 일할 날이 적게 남았어요. 남은 기간은 이중층 생분해 소화기계 스텐트 개발에 몰두하려고 합니다. 평생 하나만 잘해도 좋은 인생이라는 미국 지도교수님의 조언처럼요."
자신을 '스텐트 덕후'라고 소개한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권창일 교수[사진]는 분당차병원 3층 회의실에서 기자를 만나자마자 아이패드를 꺼내들곤 그동안의 연구개발 과정을 담은 수십장의 슬라이드를 펼쳐보였다.
슬라이드에는 세계 최초로 체내에서 완전 분해되는 이중층 생분해성 소화기계 스텐트 연구 과정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진행된 인터뷰에서 혁신적인 스텐트 개발 스토리를 들려줬다.
Q. 이중층 생분해 스텐트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개발에 뛰어 들었다. 췌담도학회 내 신의료기술연구회가 있는데, 그곳에선 누구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싶어한다. 물론 허들(장벽)이 높아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내시경 관련 기구인 스텐트에 관심을 갖다가 개발까지 하게 됐다. 사실 진화된 스텐트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사용 과정의 복잡성 때문에 35년 전(前) 개발된 제품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Q. 기존에는 어떤 스텐트를 사용했나
소화기계에서 쓰는 스텐트는 플라스틱 스텐트와 금속 스텐트가 있다. 먼저 개발된 플라스틱 스텐트는 구경(관 내부 지름)이 작아 불순물이 잘 낀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물 종류를 많이 먹는데, 이런 것들이 자꾸 관에 껴서 담즙 흐름을 방해하다가 결국 막는다. 관을 넣은지 일주일만에 막히는 환자도 있었다. 이에 구경이 넓은 금속 스텐트를 쓰게 됐다. 철그물망 스텐트는 구경이 넓어 안에서 잘 펴진다. 확장성은 좋지만 담도 안에 한번 펼쳐지면 나중에 제거하기 힘들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암 덩어리가 철 그물망을 완전히 파고 들어 빼내기가 너무 어렵고, 억지로 제거하려다가 오히려 출혈이나 천공이 생기기도 한다. 장기간 사용하다보면 합병증도 생긴다. 이에 수술이 아주 불가하거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에게만 철망 스텐트를 사용한다.
Q. 임상현장에서 새로운 스텐트에 대한 요구가 높겠다
그렇다. 특히 50~60대 담낭암 진단이 늘고 있다. 수술은 완치를 위한 길이다. 그런데 50~60대에 금속 스텐트를 삽입을 권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 스텐트를 보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뒀다. 쉽게 말해 막히지 않으면서 확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스텐트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인체 이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완전 분해되는 제료를 사용해야 했다. 섬유개발연구원은 폴리머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존 스텐트 한계 극복하면서 합병증까지 방지 가능"
"64억 민관 지원 연구비 지원받았고 이를 임상시험 투자"
"이중층 생분해 스텐트 임상시험, 2023년 10개 대학병원서 진행 계획"
Q. 연구기간은 얼마나 됐나
폴리머를 이용한 스텐트 개발은 10년 정도 이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