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진료거부 구체화되나
최종수정 2018.12.07 05:42 기사입력 2018.12.07 05:4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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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이후 논의 중인 진료선택권 도입에 대해 의료계의 자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제 진료선택권 도입은 불가피한 과제이지만, 비응급 상황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서는 결국 전문가단체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얼 책임연구원은 6일 용산 전자랜드 랜드홀에서 개최된 ‘최선의 진료를 위한 진료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의료법을 통해 의사의 진료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응급의료법에서는 ‘응급의료 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 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시행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에서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도 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환자 병상이나 치료에 해당하는 진료과목 부재 ▲의사 부재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진료 불가 ▲병·의원 입원실 만원 ▲전신마취를 필요로 한 환자에게 마취전문의 지원 불가 ▲환자가 의사 지시에 불응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 때 등의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비응급시 의사가 특정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권리”라며 “진료거부금지 조항은 삭제하거나 선언적 규정으로 전환해야 하며 벌칙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진료거부가 성립되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응급상황이나 법적인 의무가 부여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진료거부가 정당했는지 여부는 의사 윤리나 직업윤리의 문제”라며 “의사윤리지침이나 KMA POLICY를 통해 ‘정당한 사유’에 대해 명확화와 구체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 입장을 확립할 때 환자와 의사의 관계, 의사의 인격권, 직업선택 및 행사의 자유 등 다양한 가치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사로부터 진료 거부를 당해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민원에 대해서는 전문가평가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책임연구원은 “진료거부가 의료인 품위 손상행위인지 아니면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전문가평가제가 할 수 있는 역할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의 강화와 전문가평가제 확대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서도 진료선택권 논의돼야 할 시점”

해외 사례에 비춰 이제 국내에서도 진료선택권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려대 좋은의사연구소 김기영 연구교수는 “독일의 경우 과도한 업무로 질적 유지를 할 수 없는 경우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며 “의사가 건강보험 요양급여행위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선택한 급부의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형사상으로도 건강보험법상 진료의무가 성립하지만 응급사례를 제외하고는 이미 치료를 받은 환자에 대한 진료의 공개적 유보는 형사법의 구성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료인 폭행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응급실 현장에서도 진료선택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의 거부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응급환자를 전문가인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응급의료현장에서 의료분쟁, 민원 발생 시 응급의료 거부 금지 조항을 악용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섭외이사는 “이제는 응급실 폭언, 폭행, 성폭력, 상습적 마약진통제 요구자와 같은 범죄자들에게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응급진료 거부의 족쇄를 풀어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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