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 간호사 환영. 병원 바로 앞 위치. 용량 큰 냉장고, 무료 인터넷 됩니다. 전자렌지도 있어요.”
10여 년 전,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 입원실 부족과 암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일명 ‘환자방’이라고 불리는 신종 숙박업소들이 생겨났다.
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방세를 받고 숙식과 간단한 편의 시설을 제공해 준다. 장시간의 항암 치료 후 체력이 떨어진 상태지만 병원에 머물 수는 없는 환자들이 주로 찾는다. 때로는 환자의 통원을 도와야 하는 보호자들이 함께 머물기도 한다.
환자방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문제 중 하나인 환자 쏠림 현상이 낳은 결과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 주변에 환자 없는 병원과 병실이 넘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환자들은 대형병원만을 찾는 현실을 반영하는 풍경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도 이런 이 환자방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을 기다리고 있거나 진료가 밀리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환자방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머물 곳을 알려달라며 병원에 문의를 해 오는 환자나 보호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숙박업소가 존재하지만 환자방에 대한 수요가 아직도 있다.
부산에 거주하며 서울 소재 의료기관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오피스텔은 가격이 부담되고 단기계약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어 통원을 선택했는데 항암치료가 길어지니 체력이 떨어져 회복을 위한 쉼터나 환자방 같은 곳을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항암치료를 받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과 지방을 오간다고 밝힌 B씨도 “한 달 정도 머물 곳이 필요한데 시끄럽지 않고 적당한 숙소를 당장 찾기가 어려워 인터넷으로 환자방을 알아봤다”며 “시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병원 근처에 있고 당장 입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C씨 보호자는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머물고 있어 가족 중 한 명이 근처에 단기임대를 구하려고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며 “환자방은 일 단위 계약도 가능하고 인터넷상의 암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구할 수 있어 보호자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다”고 답했다.
숙소 전전하는 환자들
환자방은 주로 대형병원 및 국립암센터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립암센터 인근 환자방 관리자는 “대학병원이나 암센터 근처는 환자방이 아직 잘 된다”며 “대략 하루 4~5만원, 한 달 90만원 정도가 싼 편”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홈페이지를 통해 병원 인근 숙박시설을 안내하고 있다. 고시원 형태의 ‘리빙텔’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근처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같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방 이라고 하지는 않고 전단지만 따로 붙인다”며 “병원에서 왔다고 하면 장기계약 할 때 할인도 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복을 위한 환자방이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환자방 업자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시는 “숙박업소는 일반 주거용 건축물보다 엄격한 소방안전 기준이 적용되는데 다세대 주택을 환자방으로 불법 운영하고 있는 경우 화재 등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편의 측면에서도 환자방이 일반 숙박시설에 비해 차별화돼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 했다.
서울아산병원 근처에서 환자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D씨는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갈 곳이 없어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방도 낡고 불편했다”며 “가격에 비해 만족 스럽지는 않았지만 급하게 구한 곳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