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의료인 폭행사건과 관련해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대응 매뉴얼을 내놨지만 일선 의사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다.
△환자 성향 파악 △대화시 적정거리 유지 등 긴급한 상황이 다반사인 응급실에서 이행하기에는 난해한 내용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유관단체 및 전국 병‧의원에 배포했다.
먼저 폭행방지 대응요령을 살펴보면 의료진은 환자의 과거 범죄이력, 정신병력 등의 진료 관련 자료를 통해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했다.
또한 진료 시 대화를 통해 환자의 내재적 폭력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적 진단을 위해 집중해야 할 진료시간에 환자의 폭력성 여부를 확인하라는 얘기다.
보호자의 경우 환자 상태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토록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분 등 폭력 소지가 있을 경우 진료현장에서 격리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보호자의 저항이나 마찰 등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었다.
주취자나 과격한 언행 등으로 대화가 곤란한 환자의 경우 가급적 대화를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적정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도록 안내했다.
특히 폭력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안요원, 원무과 직원, 동료의사와 함께 진료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진료하면서 환자 성격을 파악하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멀리 떨어져 진료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힐난했다.
이어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난리인데 폭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무과 직원이나 동료의사를 불러 진료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시 대응요령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일단 폭력사건이 발생했는데 병원 내 CCTV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사각지대일 경우 휴대폰 등을 이용한 촬영 또는 녹취자료를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직접 촬영이 어려운 만큼 평소 직원들에게 사건발생 즉시 촬영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타인과의 대화 녹취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증거능력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녹취내용 중 자신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특히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직원 등의 사실확인서를 사건 초기에 미리 받아둬야 한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불분명해지는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작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매뉴얼에서는 사건발생 후 경찰의 대응이 미흡한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도 안내하고 있다.
수사에 불만이 있는 경우 ‘수사이의신청제도’를 이용하거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수사관 교체 요청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다만 수사관 교체 요청제도 등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수사관의 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적시했다.
박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