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처벌, 공공적 응급의료 활동 위협'
최종수정 2018.08.09 12:11 기사입력 2018.08.09 12:11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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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를 폭행한 사건이 연일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 지자체가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경상남도는 응급실 주취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도내 의료기관 전체 응급실 37곳에 응급실 폭력신고 ‘핫라인(E-call)’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의료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경남도는 경남경찰청과 함께 응급실 내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핫라인을 운영하기로 했다.


응급실 핫라인은 응급실 폭력에 대비한 비상벨을 말한다.


도 관계자는 “응급실 핫라인을 이용하면 일반전화를 이용할 때보다 출동시간이 단축돼 의료진을 보호하고 응급실 진료행위 방해 행위 근절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광역시 둔산경찰서는 관내 종합병원을 방문해 ‘응급실 폭력’ 예방 점검에 나섰다.


이 지역 경찰도 응급실 내 긴급상황 발생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 연락 시설 구축에 나섰다.


비상연락시설은 응급실에서 긴급상황 발생 시 의료진 등 근무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경찰서 112상황실로 연결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순찰자가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이재호 둔산서 생활안전계장은 “응급실 폭력 행위는 의료종사자뿐만 아니라 응급처치를 받아야할 환자들에 대
한 폭력이다. 앞으로 의료기관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응급실 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공권력 부재로 인해 더 큰 문제를 야기 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시도를 두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한응급의학회 이재백 회장(전북대병원)은 8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소극적인 공권력의 접근, 합의를 종용하는 중재, 주취자의 취중 행동이라는 이유로 인한 온정적인 사법적 잣대가 적용된 것은 아닌지 돌아
봐야 한다”며 현 주소를 지적했다.


실제 응급실 폭력 사건에 대한 법 집행 현황을 보면 대부분 벌금형 또는 사소한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대목에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의료인 폭행과 관련된 사건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법을 적용해도 최고 형량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현행 법률에 처벌에 대한 조항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당사자 본인의 고소 의지에만 매달려 사건화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근거로 나타난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실 폭행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는다.


의료진 폭행 악순환을 끊으려면 공무집행방해처럼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재백 회장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의료인 폭행ㆍ협박은 단순 폭력으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겨서는 결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정신 병력에 기인하거나 타인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끼침에도 인권보호라는 차원에서 경미한 처벌을 내려 공공의료의 핵심인 응급의료 활동이 위협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지만 '응급의료 방해'라는 의미가 애매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회장은 “자칫하면 진료 방해로 이어져 다른 응급환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지자체 뿐만 아니라 정부의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근절 대책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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