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한 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어도 조금씩 바꿔가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고질적 병폐였던 일명 '태움' 문화를 자정하기 위해 지방 대학병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개선 방안을 적극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태움’은 간호사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가하는 정신적·육체적 괴롭힘을 포함한 규율 문화를 뜻한다. 태움은 간호사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문화인 태움은 지난 2005년, 2006년 지방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 두 명이 연달아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금년 2월 서울아산병원의 故박선욱 간호사가 목숨을 끊은 원인으로 유족들이 태움을 지목하면서 다시 한 번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바 있다.
지방 대학병원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쉬쉬하거나 모르쇠 태도를 취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지방 대학병원 내부적으로도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다.
경북 A대학병원 관계자는 “태움 문화가 논란이 된 이후로 계속 자정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바꿔나가기 위해 개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간호부서 내 필수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간 채우기에 급급했던 교육과 달리 간호사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달라지는 추세다. 교육과정과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간호사들로부터 주기적으로 피드백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태움 문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진 이후에 내부적으로도 문화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병원 내에서 간호본부가 자체적으로 폭언·폭행·성희롱 캠페인을 진행했다. 필수교육은 주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전남 C대학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문제가 병원 내에서 불거진 적이 없다. 대책이라기보다는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차원에서 건강한 문화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타 병원 간호사들의 사례를 공유한다. 좋은 사례 나쁜 사례를 두고 이에 대해 논의한다”고 말했다.
경북 E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D씨는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노동 문화를 이슈화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퍼진다.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선배 간호사 입장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옛날에 태워졌다고 후배를 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신임 간호사였을 때 태움을 당하면서 병원의 모든 잡일을 했지만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요즘은 신임 간호사들을 막 대하거나 잡일을 시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