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앓는 소리 그만 지금부터 선제적 대응”
최종수정 2018.07.30 06:05 기사입력 2018.07.30 06:0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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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유례없던 위기다. 의료의 공공성 제고와 지역적 편중 해소를 위해 도입된 의료법인의 역사는 무려 45. 이 세월 동안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비의료인의 유일한 의료기관 개설 통로로 변질되면서 사무장병원의 온상으로 지목받았고 급기야 옥죄기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복잡다단해진 의료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인 관련 제도는 과거에 머무르면서 정상적으로 역할 수행을 해오던 의료법인들마저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당초 설립 취지보다 생존이 더 시급해진 대한민국의 의료법인들. 작금의 상황에서 중책을 맡은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이성규 회장은 그동안의 피동적 대처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의료법인들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읍참마속(泣斬馬謖),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성규 회장은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제시하며 사무장병원에 척결에 의료법인연합회가 적극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상적인 의료법인들 마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실제 정부는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사무장병원 척결을 천명하며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각종 규제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 동안 사무장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액이 18112억원에 달할 정도로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의 온상이라는 잘못된 인식 확산이다. 사실 적발된 사무장병원 중 개설주체가 의료법인인 경우는 5%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사무장병원 적발 현황에 따르면 개인병원이 55%로 압도적이었고, 의료생협 24%, 사단법인 12%, 의료법인 5% 순이었다.
 
이성규 회장은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특히 정부의 사무장병원 단속 과정에서 건전한 의료법인 병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으로 오인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억울함을 피력하기 보다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의료법인연합회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신설해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부당한 단속 피해 사례를 구명하기 위한 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무장병원 사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국 의료법인에 안내하고 해당 유형에 해당되지 않기 위한 질의 창구 신설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성규 회장은 의료법인 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협회의 자정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건전한 의료질서를 위해 필요하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소병원도 엄연한 중소기업
 
의료법인연합회가 사무장병원 척결과 함께 중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법인들의 정체성 확립이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에서는 중소기업 범위를 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 보건업의 경우 평균 매출액 600억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인은 비영리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청이 유권해석을 통해 중소기업 범위에서 제외시킨 탓에 자금대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성규 회장은 정부는 의료기관의 공익성 제고를 위해 개인병원의 법인화 전환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법인은 중소기업 범위에서 포함되지 않아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개인병원은 영리행위를 인정해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 포함돼 금융지원 혜택이 가능하다정부 정책의 이율배반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의 유권해석을 바꾸거나 의료법상 비영리 부분을 개정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전자가 보다 수월할 것으로 의료법인연합회는 판단했다.
 
그는 아무래도 법 개정을 절차가 복잡할 수 있는 만큼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이 의료법인 소속 병원들을 중소기업 범위에 포함시키는 유권해석이 현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료법인연합회는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의료법인 제도를 도입, 운영 중인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점차 의료법인들의 공익적 성격이 다소 퇴색되면서 의료업의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새로운 유형의 의료법인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이 사회의료법인으로,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을 강화하는 대신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거나 공정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지역 밀착형 의료를 발전시키는 모델이다.
 
공익성 높은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되 그 대신 수익사업과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허용함으로써 의료서비스 공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전토록 한다.
 
이성규 회장은 일본의 사회의료법인은 운영이나 거버넌스에 있어서 확실하게 공익의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세제에서도 특별한 혜택을 주고 있다이 모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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