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특별법에 전임의·교수 업무부담 '가중'
최종수정 2018.07.24 11:21 기사입력 2018.07.24 11:2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홈뉴스의원/병원
지난 2016년 12월 23일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있다.  

제정 법안 중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에 대한 조항은 지난 2017년 12월 23일 시행되고 있지만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전공의들의 줄어든 노동시간 만큼 교수와 간호사 직종의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당 수 대학병원 교수들은 “보상 없는 사명감만 갖고 의료를 수행할 수 없는 시대”라며 “엉성한 시스템으로 한국 의료는 후퇴하고 있다”는 답답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경외과 전임의·교수 94.3%, 9시간 이상 노동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그 동안 전공의에게 몰렸던 업무부담이 해당과의 교수나 간호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전공의 지원 기피가 심각한 외과계열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교수들의 당직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대한신경외과학회가 최근 실시한 ‘2018년도 전임의-교수 근무강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43명 중 94.3%가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루에 14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76.2%에 달했다. 
 
전공의들은 이미 제도 시행 전부터 과도한 근무시간에 몸살을 앓아왔다. 최근 신경외과학회 정책연구 '대한민국 신경외과 전공의 피로도(Burn-out)'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앞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예고했다. 
 
신경외과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보면 80시간 미만 1명(2%), 80~100시간 미만 31명(34%), 100~120시간 미만이 38명(41%), 120시간 이상 21명(23%)로 집계됐다. 시범사업 당시 전공의특별법에 대한 전공의들의 인식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주당 80시간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원인에 대해 상당 수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신경외과 특성상, 근무시간을 주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전공의가 없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도 비상이다. 이미 전국 수련병원 중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단 한 명도 없거나 1명뿐인 곳이 67.57%(2017년 3월 기준)에 이르는데다 임상강사마저 인력난에 허덕이고 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인 ‘전공의특별법’이 전면 시행, 수련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되며 더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보험정책단위원인 주관중 교수(강북 삼성병원)는 최근 “전공의 인력 충원이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 특별법까지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공백을 지도전문의 또는 교수들이 담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턴과 전문간호사가 일부 업무를 맡아 돕고 있지만 레지던트 업무 공백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비뇨의학과는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진료 시 많은 검사와 시술이 필요한 만큼 의료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지만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 교수는 “지도전문의와 교수들이 진료와 수술은 물론 전공의 업무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며 “응급환자와 중환자실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공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공의 수련시간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지도전문의 또는 교수가 당직근무를 설 수 밖에 없다.
 
외국 외과의사를 수입하거나 수술을 받으러 외국으로 나가야할 수 있다는 발언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대한외과학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전문의는 8만 1041명으로 외과전문의는 단 7.3%인 5952명에 그친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김형호 교수는 “외과의사가 수행하는 수술은 원가의 76%만 보전 받는다”며 “수술을 하거나 환자를 보고 처치를 하는 것에 비해 검사는 어떠한가”라고 되물었다.

 
김 교수는 “초음파, CT 등 고가 검사를 해야 그나마 원가를 보전 받을 수 있다”며 “위험수당, 가산수가 등 적절한 대우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공의특별법 이후 전임의, 교수들에게 고스란히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전임의 구인난 설상가상 
“이제 전공의 배출 문제를 넘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임상강사도 비상이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공백을 그나마 채우고 있던 펠로우들도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전공의 인원 공백이 생기다 보니 인원을 메우기가 어렵다.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고 상당 수 대학병원 교수들은 읍소한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동관 교수는 “앞으로 정상적인 진료 및 수술이 이뤄질까 의문”이라며 “인력 부재로 생겨나는 공백에 대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흉부외과학회 게시판에는 2018년 임상강사 전임의 (Fellow), 임상교수 등을 모집하는 구인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올 초부터 수도권, 지방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활동할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지만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확인됐다.
 
무엇보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학병원으로의 수술 쏠림 현상이 가속화됨에도 불구하고 인력 누수로 인한 공백은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여기에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대비해 의료인력 공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부 병원에서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채용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의료계 내에서 미묘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례로 간호계의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에 맞춰 의료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PA 합법화 요구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정면반박한 일이 있다. 의국 내에서도 저년차 전공의와 수간호사 간 갈등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이 단축되자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어려워진 병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현실 벽 높다” 봉직의사 특별법 제정 목소리 제기 
사실 입원전담전문의 인력난은 예고된 실정으로 비록 내과는 아니지만 서울대병원 등도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에서 연달아 미달을 기록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의 유력한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았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목소리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서울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업무 강도에 막연한 두려움이 더해져 더 이상의 입원전담전문의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결국 돌아서는 것 같다”며 “이들에게 정부든, 병원이든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입원전담전문의 B교수도 “다른 지방대학병원을 보면 뽑아만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내과 소속으로 채용된 것에 그치기보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에 이어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사를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우리 사회는 본인 안전 뿐 아니라 환자들 안전에 직결되는 의사들의 노동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비록 전공의에 국한되지만 의사들의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을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전공의 특별법에도 주 80시간의 고강도 노동이 가능토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전공의 과정을 끝낸 대다수의 전문의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며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예산 지원이나 규제에 앞서 숙련된 전문의가 최상의 상태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숙경 기자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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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ㅇㅇ 07.29 08:19
    수술 수가는 외과 교수들, 지네들이 복지부랑 꿍짝꿍짝 정해놓고 뭔 원가 이하라고 헛소리 하냐?? 외과 교수들이 억울하면, 직접 복지부 상대로 투쟁해라. 투쟁도 못하는 것들이 호박씨만 까고 있어 ㅋㅋ 그러니까 복지부가 OO로 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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