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보건복지부와 국회에서 잇따라 감염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 사안을 놓고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는 의료폐기물 증가로 이어지는데 의료폐기물 수거와 소각 과정의 책임이 의료기관에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8일 일회용 주사용품에 한정된 재사용 금지 규정을 일회용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재사용 금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대표발의했다.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일회용 주사용품으로 한정된 재사용 금지대상 의료용품을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감염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의료용품의 소각·폐기 과정까지 책임이 있는 의료기관에서는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가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병원계는 의료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종합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월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허용을 포함한 분류기준 개정 등 제도 개선 건의서를 환경부에 전달했다.
이 건의서에는 ▲의료폐기물 분류기준 단순화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 ▲소각처리업체 확대 ▲의료기관 내 ‘자가멸균분쇄시설’ 설치 허용 ▲의료폐기물 보관기관 자율성 보장 ▲의료계기물 지도·감도 개선 ▲의료폐기물 관련 교육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병원계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2일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대학병원 내 멸균시설 설치를 활성화와 관련한 법률 개정을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원협회에서는 여러 차례 의료폐기물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대한의원협회에 따르면 다수 수거운반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수거비를 일방 인상하고 다른 업체로 이관도 거부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을 금지하면 의료폐기물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의료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거나 소각되지 않을 경우 감염 위험에 노출될 위험 역시 더 커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외과 의원 B원장은 “일회용 의료용품의 재사용이 금지되면 소모품으로 환자가 쓰도록 비용부담을 전가하면 된다”라며 “하지만 의료폐기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질 것이다. 외국에서도 감염위험이 없거나 내구성이 있는 의료용품은 재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몇 번 쓸 수 있는 품목을 분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감염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 의원급의 의료폐기물을 수거운반하는 업체들은 일방적으로 수거비를 인상하고 다른 업체로 이관을 막는다. 심지어 이미 폐기물의 양이 포화돼있다는 이유로 신규 개원의들을 받아주지 않는 경향까지 보인다”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또한 의료폐기물이 수거되지 않고 방치될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을 금지하면 의료폐기물이 방치됐을 경우 감염사고 발생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