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의료기관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 표준 대응 매뉴얼이 마침내 개발됐다.
이에 그동안 기관 내 성폭력 사건 발생 시 매뉴얼이 없어 우왕좌왕해던 의료기관들이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봉옥 前 한국여자의사회장[사진]은 대한의사협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을 통해 ‘의료기관 성폭력 대응 표준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동안 여자의사회에서는 의료기관 내 성폭력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여기에 최근 각계에서 성폭력 고발이 이뤄지면서 의료기관 내 성폭력 대응 매뉴얼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세계여자의사회가 여의사와 여자 의대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조사에서 46%의 응답자가 근무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국내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전공의 28.7%가 성희롱을, 10.2%가 환자를 비롯해 교수, 상급전공의, 동료 및 직원으로부터 성추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과정이 달라 법적 다툼의 여지가 많았다.
이에 여의사회는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협의체를 구성해서 의료기관 성폭력 대응 표준 매뉴얼을 개발했다.
우선, 매뉴얼에는 양성평등 기본법·성폭력 범죄처벌 특례법 등에 따른 성희롱과 성폭력을 규정했다.
또한 2차 피해를 ▲피신고자가 피해자 또는 신고자에게 보복하는 행위 ▲누구든지 피해자·신고자나 해당사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성희롱·성폭행 피해사실의 신고를 방해하거나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 ▲관리자가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여기에 의료기관의 장이 성폭력 사건 대응을 위해 고충전담센터 설치 및 구성토록 했으며, 고충전담센터장에는 직권조사 권한을 부여했다.
이외에도 징계위원회 소집과 구성 내용과 함께 피해자 보호 및 비밀유지 의무, 불이익 금지 등도 포함됐다.
김봉옥 전 회장은 이번에 발표된 매뉴얼이 의료기관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기여하길 희망했다.
김 전 회장은 “의료기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기관이나 사건마다 다른 기준으로 대응하는 현행 방법 대신에 보다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적절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번 규정안이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번 규정은 각 의료기관이 형편에 맞게 적용하는 기본안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