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 격양된 어조였다. 의료정책을 힐난하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분노가 아닌 확신이었다. 병원도 살리고, 국부(國富)까지 창출할 수 있는 묘책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얼마 전 만난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송 前 회장은 결연했다.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한 대화 주제는 ‘외국인 전용 건강보험공단 설립’이었다.
생소한 개념에 생뚱한 느낌이 격한 공감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이 가입하는 건강보험’. 즉, 제2 건강보험공단 설립이었다. 병원계 주장이기 때문에 성사 여부는 미정이지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일산병원 외에 건보공단 직영 보험자병원을 추가로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야당 의원들 주장은 물론 건보공단 내부적으로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금년 2월 취임한 김용익 이사장도 설립 취지 입장을 피력했고 최근인 5월에는 일산병원을 방문, 역할론 확대 등을 논의했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산한 부산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하는 등 앞으로 이 사안은 상당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과 연관된 두가지 중요한 사안을 짚어봤다.
대한중소병원협회의 ‘글로벌 개방형 역외건강보험공단 설립’ 제안이 화두다. 외국인들도 보험료를 내고 양질의 한국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재외국민 750만명과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지역 외국인을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할 별도의 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하자는 내용이다.
다시말해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건강 보험료를 지불하고 동일한 혜택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얘기다.
물론 이 건보공단은 외국인들이 지불하는 보험료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국민 1인 당 평균 건강보험료가 10만원 정도임을 감안, 이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그림이다.
저비용·고효율 의료서비스, 외국인 유도기전 ‘충분’
보험료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실제 한국 건강 보험료율은 6.12%로, OECD 국가 평균 보험료율 9.5%보다 훨씬 낮다. 일본은 8.5%, 프랑스 13.5%, 독일 14.2% 등이다.
한국의 풍부한 의료자원과 세계적 수준의 의료기술, 특히 저렴한 의료비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에 충분한 유도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5대 암 생존율 및 간이식 성공률은 96%로 미국보다 우위에 있고, CT, MRI, PACS, 초음파 등 첨단 의료장비 확보율도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심장질환, 관절수술, 위이식, 척추융합술 등 8개 수술비용이 미국 대비 1/3, 일본 대비 2/3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즉,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보험료를 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건강보험에 가입을 희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한국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은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후 고국으로 돌아가 원격의료를 통한 사후관리를 받는 형태가 유력하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많은 나라의 경우 직접 한국 의료기관이 진출, 굳이 우리나라로 오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치료를 받는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었던 기존의 의료기관 해외 진출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들이 확보된 상태에서 진출하는 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불었던 한국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 열풍이 부지불식 간에 사라진 이유를 되짚어 보면 ‘외국인 전용 건강 보험’이 갖는 잠재력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외국인 전용 건보공단 설립’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경영난을 호소하는 국내 병원들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