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김진수 기자] 병원 실습과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 의대생·의전원생 절반 정도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권을 존중 받지 못했다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이하 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30일 서울대 암병원에서 ‘병원 내 젠더폭력의 권력구조와 피해자 중심 해결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대협이 지난 4월 실습을 나온 의대생·의전원생 6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571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제 1차 의대협 실습 실태조사’ 자료가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피교육자로서 인권을 존중 받지 못했다고 느낀 적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 달에 한 번 미만이 53%로 가장 많았으며 한 달에 한 번 이상이 28%,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이 15%,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이 4%를 차지했다.
인권을 존중 받지 못하다고 판단한 이유로는 50%가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 성적차별 발언(18%)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밖에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나 부당한 대우 사례로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을 무시하는 발언’, ‘일방적인 일정 변동으로 오랜 시간대기’ 등이 있었다.
의대협 이동재 회장[사진 左]은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의 인권이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학생이 교육의 대상이라는 인식과 그들을 존중하는 언행이 결여된 임상실습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 응답자 70%가 교수·전공의·환자들의 의식 개선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병원 내 실습학생이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는 어떤 존재로 인식돼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 등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2017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국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들 10명 중 7명이 병원 근무 중 언어폭력을 당했으며 신체 폭력(20.3%), 성희롱(28.7%), 성추행(10.2%)도 빈번한 상황이다.
안치현 회장[사진 右]은 “병원 내 폭력이 발생 시 적절한 프로토콜이 없다. 전공의 정원 감축 패널티는 남아 있는 전공의들의 업무를 가중 시키고 이는 결국 전공의들이 더 입을 닫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의 지도 감독 부족, 전공의들에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안내 부족, 낮은 과태료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안 회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민원 절차를 개선하고 추가적인 법률 지원 서비스 제공도 고려해야한다. 나아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완전 차단을 위한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현재 문항 개발 및 표준수련규칙의 개정 외에도 이동수련 절차개선, 지도 전문의 자격 제한 및 관리 강화, 의료질평가 지원금에 반영, 전공의법 제14조에 따른 수련환경평가 총점 감점, 과태료 상향 조정, 일정기간 내 유사사건 발생 시 지정 취소하는 삼진아웃제 등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