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저만 해도 오전에 60여 명을 훌쩍 뛰어넘는 외래환자를 보고 있다. 진료과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외래환자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차 환자 본인부담금 높이고 1·2차병원 신뢰도 제고 필요"
3차 상급종합병원에 몸담고 있는 의사이면서도 1차, 2차 의료기관과의 간극이 갈수록 커짐을 느낀다고 했다. 대한민국 의료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아산병원 진료의뢰협력센터 실장 이창근 교수(류마티스내과)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을 포함해 문재인 케어로 환자들에게 병원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또 다른 단면에서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표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외래환자가 '너무' 많이 쏠리고 있다는 전언인다. 당연히 의료진들에게 과부하는 계속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의뢰보다는 회송을 먼저 해야 하는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회송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혼선을 겪고 있다”며 “현실적인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려면 1차에서 2차로, 2차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옮겨지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지금처럼 궤도 수정 없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유기적으로 이뤄질리 만무하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진정으로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려면 3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이 진료비를 지급할 때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법이 아니면 해결책 마련이 요원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중소병원보다 종합병원 입원료가 더 저렴해지는 진료비 역전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비용 등 문턱 낮아져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심화 우려"
이 교수도 “그 동안 비용 문제 때문에 주저했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제도의 순기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예컨대, 진료의뢰회송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대국민 홍보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금도 상급종합병원에서 60여 명에 가까운 환자들을 보는 의료진이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면 교육과 논문은 그야말로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 의료기관 고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이번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이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물꼬는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는 한다”며 “의뢰 및 회송에 있어 유인책이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뢰감이 동반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경증 환자라면 모르겠지만 2차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약하다. 실례로 치료가 끝난 후 환자들에게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 의사를 물어보면 손사레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각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내외부 환경 조성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환자들이 신뢰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의 역할도 크다.
이 교수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함에 있어 지역 의료기관의 목록 및 의사 수, 중환자실 병상 수 등에 대
해 정확하게 업데이트를 해줘야 되는데 아무도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