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복지부-약사회, 자살예방사업 즉각 중단'
최종수정 2018.07.02 06:12 기사입력 2018.07.02 06:1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홈뉴스의원/병원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정부가 약국을 통해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해당 사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민관자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약국 250여 곳에서 자살예방사업을 시행한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 약국은 대한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이 만든 자살위험약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환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자살위험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자살 위험을 고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자살예방사업에 참여하는 약국에는 상담료 등 인센티브도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의협은 지난 6월26일 자살예방사업에 대해 "질환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의협은 "의학계는 자살을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결코 가볍게 대처하면 안 되는 중한 질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약국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도대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 어떤 예방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살위험 약물이라는 정체불명의 부정확한 명칭을 이용해 의사와 환자간 치료적 관계를 약사라는 비의료인이 개입해 치료적 관계를 단절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복지부는 불법적이면서 약사 직군에 대한 특혜성 시범사업인 약국 자살 예방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역시 자살예방시범사업의 즉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회와 의사회도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부적절한 개입은 올바른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면서 "복지부가 채택한 대한약사회의 사업계획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약사는 자살예방에 게이트키퍼 역할로 동참해야 하며 시범사업의 내용은 이를 넘어서 의사와 협력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에 철회하고 근거기반의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동참하고 싶다면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해야 하며 이를 넘어선다면 자살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진정성 없이 수익모델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면서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그 효과와 사회적 기여가 검증된 근거기반의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 정신건강 중에서도 자살 문제는 전문가들이 대책을 세워 민관이 협력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며 따라서 의사와 환자 간 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시범사업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신의학과 의원 A원장은 "자살예방사업은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업이라 아쉽다"면서 "약사들에게 특혜성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자살위험이 있는 환자들에 대해 의사와 약사가 줄 수 있는 해결책이 다르다. 이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로 하는 일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정신과의 경우에는 특히나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중요하고 진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료 특성과 정신과 의사의 전문성이 반영된 사업이 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신경정신과 교수는 "약사들은 상담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복약지도료를 받고 있는데 상담전문가가 아닌 인력이 7000원의 상담료를 따로 받겠다는 발상은 약사의 실리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신과 상담 중에서도 특히 자살 상담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공개된 장소에서 시행해서는 안 된다. 약국에서 자살상담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정신과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낮추고 국민정신건강 수준을 떨어뜨리는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다영 기자
댓글 0
답변 글쓰기
캡차
0 / 2000
메디라이프 / 오피니언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