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단순한 의료비 지원만으로 PTSD 등 탈북민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탈북민 의료 상담실 운영을 의료기관에서 맡고,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최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한 한반도 내 교류 훈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겪는 북한 이탈주민들을 위해 전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보건의료학회·남북하나재단이 최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주최한 공동춘계학술대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이소희 박사는 이 같이 주장했다.
이소희 박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들은 탈북과정, 북한 내 생활 등으로 인해 트라우마 경험률이 높고, 이로 인한 불안·불신·우울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 이런 감정들은 의료진과 치료관계 형성에 많은 시간이 필요토록 한다.
현재 정신건강 관련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제도로는 ‘의료비 지원’과 정신건강 검사 등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상담사’ 등이 있는데,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현재 국내 의료 환경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의료비 지원만으로는 탈북민들이 겪는 복합한 PTSD 등 심리 불안을 치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행 전문상담사 제도는 애초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적 치료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고, 의료기관 내 의료상담실은 민간에 위탁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박사는 “통일부는 현재 탈북민 의료 상담실 운영을 의료기관에 위탁하고, 복지부는 탈북민 진료사업을 하는 의료기관에 전문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대의대 김석주 교수 “북한 예방의학 붕괴”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1990년 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무너진 북한 예방의학 실태 소개도 있었다.
고난의 행군 이전만 해도 사회주의국가 중에서도 꽤 높은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했던 북한은 이후 자가진단·장마당 의학 등에 의존하게 됐다.
지난 2014년 김석주 등이 북한 이탈주민 2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북한주민의 질병관과 질병형태’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 이후 병원이나 진료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믿음은 ‘3.56±1.2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점은 ‘대체로 그렇다’를 나타내고, 4점은 ‘매우 그렇다’다.
이와 반대로 고난의 행군 이후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장마당에 가는 경우는 ‘3.77±1.19’로 늘어났다.
또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병이 생길 때에야 병원(진료소, 154명)를 찾았고, 이 경우에도 장마당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32명이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한 경우에도 61명만이 병원을 찾는다고 했고,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한다는 응답도 86명에 달했다.
이런 요소들이 북한주민들의 정신과적 증상의 신체화로 이어지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체화는 심리적 조건이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불안·우울감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두통·근육통 등의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42.2%가 신체화 증상을 겪고 있다”며 “원인으로 증상중심적인 한의학, 자기진단의 만연 등이 주된 원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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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