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취 상태로 모발이식 시술을 받던 40대가 돌연사하면서 수면마취 위험성이 또 다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마취사고는 훨씬 많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실 마취사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수도권 한 대학병원에서는 수면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던 환자가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
지난 해에는 울산광역시 소재 의원에서 수면내시경을 받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지면서 수면마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환자와 합의 사례 적잖아…파악 조차 어려워
서울대병원 마취과통증의학과 한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회자되는 마취 관련 의료사고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병원과 환자 사이에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현금으로 환자와 합의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우리나라에서 현재 의료기관에서 마취 관련 의료사고에 대한 통계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취와 관련된 치명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되면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고 그러다보니 신뢰할만한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술실을 보유한 병원에 마취과 전문의가 전무한 사례가 적잖은 현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마취 안전성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마취과 전문의 고용 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들이 누구에게 마취를 받는 지 알 수 없는 구조다.
인제대의료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소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척추전문병원인데 마취과 전문의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고 있다”며 “수술이 하루에 100건이 넘는데도 24시간 상주하는 마취과 전문의는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이나 동네병원급은 훨씬 더 심각한 실정”이라며 “일선 성형외과 개원가에서는 덤핑 등 왜곡된 진료도 성행할만큼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마취과 전문의 고용은 먼 얘기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사실 생명과 직결되는 마취는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데도 의료법이 마취 전문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의료법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비전문의나 그에 준하는 수련을 받은 사람이면 프로포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더욱이 현장에서는 향정신성 의약품 중 유독 프로포폴이 빈번하게 오·남용되거나 의료사고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의학회 관계자는 "다른 마취제에 비해 값이 싸고 효과가 즉각 나타나다 보니 전문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병·의원에서 비전문의도 쉽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