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 강원도 오지 시민들의 버팀목 '태백병원'
최종수정 2018.06.05 06:10 기사입력 2018.06.05 06:1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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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0년이 넘는 세월. 이 병원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지역민과 함께 했다. 물론 광산이 즐비한 지역이었던 만큼 탄광 근로자들의 건강권 보호가 설립 취지였지만 지금은 인근 지역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가 된지 오래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은 한 때 국내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주목을 받았던 태백에 위치해 있다.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넘쳐나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1990년 이후 폐광의 가속화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병원 역시 고난이 시작됐다. 현상유지 자체가 경영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민간병원 같았으면 일찍이 폐업이나 이전을 택했겠지만 태백병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그렇다고 경영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위기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환자.
 
근로자+지역주민 건강지킴이
 
현재 13개 진료과 540병상을 보유한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은 강원 남부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이자 공공의료기관이다.
 
산재병원인 만큼 산업재해 근로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이 병원 이용객의 절대다수는 태백 지역주민들이다. 즉 이들에게 태백병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태백은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중심지였지만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른 폐광 가속화로 상주인구가 계속해서 줄었고, 제반 인프라 역시 하나 둘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 1988115175명이던 태백 인구는 최근 17년 간 무려 55.1% 감소했다. 이는 전국 72개 시 단위에서 최소 규모다.
 
사람이 줄다보니 의료환경도 열악해졌다. 매년 발표되는 지역별 의료기관 현황에서도 태백은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 만큼 의료 인프라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하루 500여 명의 외래환자와 500명 수준의 입원환자를 진료 중인 태백병원마저 철수할 경우 이 지역의 의료공백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태백병원은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의 역할 제고를 위해 시설과 장비를 꾸준히 확충하고 우수인력 확보와 응급진료기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성기원 병원장은 앞으로도 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으로서 근로자 및 지역주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의료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이 가중되고 있으며, 응급실 운영기금 부족으로 의료 질 제고를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 해 전부터 공중보건의사 배정 숫자가 3명에서 1명으로 감소했고, 전문의 채용공고를 내더라도 지원자가 없어 의료진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강원도 태백시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을 갖추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29600만원에 불과해 양질의 의료인력과 장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백병원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시민들 생명의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는 태백병원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쉼 없는 노력, ‘진폐분야 최강자
 
1936년 삼척탄좌 개발주식회사의 부속병원으로 개원한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은 그 유구한 역사 만큼이나 대한석탄공사를 거쳐 근로복지공단 등으로 관리주체가 여러 차례 변경됐다.
 
지역 경제상황에 따라 무려 8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영욕의 세월을 보내면서 의료 질 제고에 게으름을 피지 않았다. 주민들의 신뢰도가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병원은 폐광 이후 쉽지 않은 경영상황에서도 확실한 특화 분야를 구축했다. ‘광산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라는 태생 배경에 맞춰 진폐증 분야에서는 명실공히 최고를 자랑한다.
 
태백병원은 진폐증환자에 특화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호흡기 중심 재활의료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호흡기재활운동프로그램은 호흡곤란과 각종 합병증에 쉽게 노출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폐증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이를 위해 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물리치료사, 간호사 등 호흡기재활 분야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했다.
 
호흡재활치료실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의 호흡곤란 증상을 완화시키고 제한된 폐 기능 내에서 최대한의 활동능력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환자와 가족에게 다각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호흡기재활운동프로그램은 현재 진폐증 입원환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재활치료 사각지대에 있던 진폐증 환자에게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통해 증세를 완화하고 운동능력을 증대시킨다. 나아가 일상으로의 신속한 복귀를 돕는다.
 
성기원 병원장은 진폐증 환자는 일반환자와 달리 너무 많이 걸어도 좋지 않기 때문에 심전도, 혈압 등을 체크해 전문가가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폐증 환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실제로 호흡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박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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