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살인죄보다 더 불편한 괘씸죄”
최종수정 2018.06.02 05:41 기사입력 2018.06.02 05: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홈뉴스의원/병원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가 환자에게 건넨 위로와 공감, 유감의 표현들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도록 하는 사과법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목할 점은 그 주체가 의사들이라는 사실이다. 더 이상 의료사고에 대해 쉬쉬하거나 각종 핑계로 환자나 보호자의 분노를 키우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는 자성이다.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인제의대 내과학교실)는 최근 의학회 소식지에 환자안전과 소통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사과법 도입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우선 의료사고를 대하는 의사들의 행태부터 지적했다. 여전히 의료분쟁을 애써 외면하고 대중에게 알려지기를 꺼려해 감추거나 대충 해결하려 한다는 진단이다.
 
염호기 정책이사는 의료분쟁 원인은 의료사고 자체가 아닌 분노 때문이라며 의사들의 무책임하고 냉담한 태도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분노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죄 보다 괘씸죄가 더 무겁다는 농담은 의료사고를 마주한 의사들이 새겨들어야 한다의사의 한마디가 불러오는 결과는 천양지차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더라도 의료행위는 근본적으로 의료오류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해 인정하고 어떻게 수습을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사과에 인색한 의료문화의 책임을 의료계 스스로에게 물었다. 술기의 발전에만 급급했고, 정작 의료오류를 다루는 체계나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염 이사는 그동안 의료기관과 의과대학, 그리고 학회와 의사협회는 무엇을 했느냐고 자문하며 이제부터라도 의료사고를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사과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일명 사과법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통해 의료사고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의사가 전지전능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사과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의 환자·보호자에 대한 소통 노력이 의료소송 발생 및 비용 줄여"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 역시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환자안전 사건 소통하기 필요성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사과법 제정을 촉구했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보호자에게 잘 설명하고 위로를 건네는 등의 대응을 통해 의료분쟁 같은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옥민수 교수는 의사의 소통 노력이 의료소송에 미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미국 미시간대학 의료원에서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 프로그램을 시행한 전후 의료소송 건수와 관련 비용을 비교한 결과였다.
 
프로그램 시행 후 환자 방문 10만 건당 월평균 배상요구 건수가 7.03건에서 4.52건으로 줄었고 월평균 소송 건수도 2.13건에서 0.75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환자 방문 1000건 당 소송 발생률이 0.160에서 0.068%로 줄었다. 소송 관련 평균 비용도 167309달러에서 81017달러로 급감했다.
 
옥민수 교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의료진이 환자와 보호자와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사과법과 같은 법률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과법이 의료진의 심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의 사과 표현이 추후 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한 사과법은 지난 3월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986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후 현재 36개 주에서 사과법을 시행 중이다.
박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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