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 의학자들에게 연구의 순수성이 인정되던 그런 시절 말이다
. 하지만 요즘은 연구와 성과를 동시에 강요 받는다
. 특히 보다 나은 치료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상업적 가치가 높은 연구과제에 밀린지 오래다
. 연구비 수주가 진료실적 만큼이나 중차대해지면서 의학자들이 느끼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 이처럼 척박한 연구환경이 재단법인 미래의학연구재단의 태생 배경이다
. 재단을 이끌고 있는 김효수 이사장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은
“의학자들이 연구비에 구애 받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고 술회했다
. 아울러 국내 생명공학 발전을 위한 독지가들의 의미 있는 기부도 당부했다
.
컨트롤타워 부재가 부른 실패
정보통신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의 뒤를 이어 국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생명공학기술(BT, Bio Technology)이다.
정부 역시 그 잠재력을 인정해 지난 25년 동안 적잖은 돈을 쏟아 부었다. 연구 지원사업이 대부분이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도 요원하다. 물론 많은 시간과 재원을 필요로 하는 BT산업의 특성도 작용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중구난방식 투자였다.
정부부처 마다 예산을 책정해 생명공학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정작 이 연구를 관리하고 독려해야 할 담당자들은 2년 마다 바뀌었다. 정책의 영속성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사실 김효수 이사장 역시 이러한 정부 지원 연구사업의 수혜자였다. 하지만 오랜기간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인력 육성과 연구과제 발굴,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진두지휘해 줄 조직이 필요했지만 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했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들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끌 연구성과 도출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생명공학 분야 연구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못했고, 어렵사리 키운 후학들이 다른 분야로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다.
김효수 이사장은 “생명공학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았지만 정작 관련 연구자들은 열악한 처우에 진로를 고민해야 했다”며 “컨트롤타워 부재가 낳은 가장 마음 아픈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아니라면 민간에서라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수 년 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미래의학연구재단 설립을 승인 받았다.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물론 녹록한 출발은 아니었다. 앞서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삼성의 미래재단의 출연금은 5000억원. 하지만 미래의학연구재단은 1/100 수준인 50억원이 전부였다. 이 마저도 약정 기금이었다.
김효수 이사장과 연구원들이 직접 5억5000만원을 희사했다. 여기에 의학자들의 순수 연구환경 조성에 뜻을 같이한 분들이 힘을 보태 지금까지 약 30억원의 기금이 모아졌다.
아직 ‘생명과학 연구자를 위한 공익 실현’이라는 설립 취지에 다가서기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마음 만큼은 여느 재단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창대하다.
미래의학연구재단은 출범 이후 생명공학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고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들의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지원한다.
이들이 학회에 다녀온 후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동향보고서를 작성해 정부는 물론 생명공학 유관기관 및 업체에 무료로 배포한다. 보고서는 벌서 4번째 발행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 세계적인 생명공학 대가를 국내로 초청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정부와 의학계, 산업계에게 바이오 분야 패러다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특히 연구자와 자본가의 만남을 주선해 보다 많은 연구성과들이 실용화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중계포럼도 수시로 개최한다.
사장 위기에 놓일 수 있었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자본가를 만나 세상 빛을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생명공학을 이용한 치료기술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김효수 이사장은 “미래의학연구재단의 지향점은 생명공학의 저변 확대와 안정화”라며 “적어도 유능한 인재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연구실을 등지는 사회적 낭비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구자들이 성공과 성과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재단이 지원이 절대적”이라며 “생명공학 활성화를 위한 의미 있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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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