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일회용 주사제 감염 사건 등 감염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자안전을 위해 재사용 의료기구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기구 멸균 실태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대한외과감염학회 강중구 회장[사진 左]은 ‘수술실 감염관리 실태와 문제점’ 등을 알렸다.
강 회장은 수술부위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재원기간 증가 ▲의료비 상승 ▲환자 장애 발생 또는 사망 등을 꼽았다.
실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수술부위 감염으로 인해 재원일수는 20.4일이 길어졌고 환자 1인당 330여 만원의 비용이 증가했다. 반면 수술부위 감염의 40%는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
강중구 회장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수술실 내 수술기구 세척·멸균 등 재처리 및 일회용 수술기구 재사용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술실내 기구 재처리는 오염 제거 및 분해, 완전한 세척, 세척 및 기구 성능 검사, 기구 조립, 포장 및 적재, 멸균 등의 과정을 거친다. 최근에는 감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방법이 복잡해지고 진료과별로 특성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강 회장은 “수술 감염 예방을 위해서수술기구 세척과 멸균 등 재처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재사용 기구 등의 세척은 현재 적절히 이뤄지고 있지만 세척 및 멸균 장비들이 전부 고가이며 점차 그 방법이 복잡해지고 진료과별 특성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하고 외과전문 인력이 감염관리실에서 수술감염 감시를 해야 한다. 또 유지관리 환자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수술실 환경 개선 및 유지, 수술기구 세척과 안전을 위해 수술실 안전관리료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3곳 중 1곳, 의료기기 멸균 후 결과 확인절차 없어"
병원중앙공급간호사회 김지인 기획이사[사진 右]는 ‘국내 재사용 의료기구 멸균수준 향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2018년 3월 보건복지부가 전국 144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을 배포한 결과, 의료기기 멸균 후 결과 확인 절차를 시행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35.3%로 나타나 감염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기획이사는 “일회용 기구의 재사용은 잠재적인 위험이 환자 감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이를 위해 재사용 의료기구 재처리 업무의 탈(脫) 중앙화 현상을 개선하는 단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의 사용 후 반납, 오염제거, 준비와 포장 및 멸균, 보관, 재사용에 이르는 전(全) 과정이 중앙화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WHO의 수술부위감염 예방을 위한 국제지침에 따르면 모든 재처리 기구는 오염 제거를 위해 구역이 별도로 마련된 중앙공급실에 모아져야 한다. 중앙화된 오염 제거는 경제적이고 안전하며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김 이사는 “의료기구를 사용한 후 오염물질이 말라붙어 제거하는 것이 힘들지 않도록 즉시 제거하고 세척해야 한다”라며 “이후 체계적으로 소독 혹은 멸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앙화, 표준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사용 가능한 의료기구를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재사용 의료기구와 일회용 의료기구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재사용 의료기구 재처리 시에는 제조사 지침에 다라 올바르게 재처리하고 일회용 의료기구를 사용할 때는 교차감염 예방을 위해 일회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기 재처리에 대한 진료현장의 어려움에 정부도 공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재처리가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앞으로 재처리기구의 범위 정립에 힘쓰려 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우리나라에도 의료기기 재처리 절차는 명시하고 있지만 범위가 불명확하다. 현재 소독멸균 지침으로 재처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어떤 기구들이 해당되는지를 놓고 민원이 많다. 외국에서는 재처리기구로 허가받아도 우리나라에서는 일회용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추후 식약처, 관련 학회 등과 함께 재처리기구 범위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