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새 치료재료 보고 온 외과의사 '반문'
최종수정 2018.08.09 07:42 기사입력 2018.08.09 07:4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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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한국에는 그 제품이 언제 들어오는 것이죠? 써전(외과의사)에게는 술기를 펼침에 있어 치료재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무엇이 문제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좋은 일, 의사 입장에서 좋은 일은 구분됨이 없다. 직접 수술을 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그것이 약이 됐든, 의료기기가 됐든 마다하지 못한다.


당장 여러 문턱을 넘지 못한 탓에 환자를 위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치료재가 한 두 가지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진들도, 공급업체도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최근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일선 교수들이 먼저 질문을 해오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진료 현장에서 쓰이는 새로운 기기를 발견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공급을 하지 않느냐는 물음"이라고 씁쓸함을 표했다.


일선 현장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문제는 아직도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다는데 있다.

신의료기기를 제 때 도입해 의료기술 발전을 한층 더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에도 흉부외과 치료재료의 제품군은 이미 가격 자체가 낮은 상태여서 '적당한' 수준을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다.

당연히 치료재료의 가격, 특히 현장에서 직접 사용될 의료기기에 대한 가격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심장수술에 쓰이는 인공혈관 공급 부족 사태가 한 차례 폭풍처럼 지나간 후 어느 정도는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
가 형성됐지만 흉부외과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기기 분야는 제약 분야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술기가 동반돼야 하고 의료기술 발전의 정도에 있어 의료기기의 비중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는 제품 자체가 드물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보니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회사의 경우, 사정은 더욱 여의치 않다. 이 관계자는 “수입 구조가 본사에서부터 잘못 설계된 경우가 있다”며 “소명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진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 문제는 항상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아
쉬워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마진이 남지 않는 품목 중 하나가 캐뉼라라고 지목한다.


이 관계자는 “심평원이 당초 가격을 책정할 때부터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감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크모 전용 캐뉼라는 피가 계속 순환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적으로 장시간 사용 가능해야 한다. 실제로 위험천만한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면 의료진들의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심장판막 수술에 사용되는 제품에 대해 공급업체들이 현장의 의사들, 반대로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얼마나 간극이 큰 지 알 수 있다고 토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제품은 병원에서 손해를 보면서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녹록치 않다.


불합리한 현행 체계로 인해 신규 치료재료를 두고 물류비, 마진, 판매 예상가 등 의료기기산업협회 차원에서 원가표를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약발은 좀처럼 먹히지 않고 있다.


심장질환을 보유한 중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 적절한 시술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인데 현재 심장수술을 시행하는 주요 대형병원에는 거의 보급이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기 허가 및 도입에 있어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답변하지만 사실 공급자도, 사용자도 답답함을 느끼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료진들은 치료재료를 둘러싼 보험정책에 대해 관심이 적을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상당  수의 의료진들이 치료재료의 도입 과정 및 가격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싶어한다"며 정부가 흐름을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숙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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