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빠르게 제정됐다고 해서 대구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사건에서 환자 수용 거부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들이 반드시 구제됐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법에서 강조되고 있는 고의중과실 여부와 불가피한 당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법이 사건 전에 있었다면 의료기관들이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 송영진 지역필수공공의료실 응급의료과장은 16일 세종청사에서 “형사처벌 감면 규정 명시가 가장 큰 변화”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소개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처치나 의료행위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일정 요건 아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면제한다’는 필요적 면제 규정으로 바꿨다.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에 대한 면책 규정도 추가됐다. 환자의 중대한 위해(危害)나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긴급하게 응급의료를 제공했고 해당 의료행위가 불가피했으며 의료진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토록 했다.
송 과장은 “우선수용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보는 경우도 형사 책임이 면제된다”며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이제 본격적인 법사위 논의와 본회의 과정을 남겨뒀지만 첫 단계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앞선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응급의료체계 개편과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감경·면제 등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8건을 병합 심사해 가결했다.
개정안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고 119구급상황관리센터 등에 이송병원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에 알리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도 도입한다.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송 과장은 “해당 법의 주요 내용 중 응급의료 정의 부분에 급성기진료부터 최종진료라는 개념이 들어가게 됐다. 이송의 정의도 신설됐는데,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넘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중간에 처치까지 하는 일련의 행동까지는 포함하는 내용을 폭넓게 봤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를 공간적 개념보다 진료적 개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응급실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 병원에 전원을 가서 치료받는 부분까지 큰 범위 내에서 응급진료, 응급치료로 볼수 있다는 관점이다.
법에서 명시한 ‘우선수용병원’의 경우 병원의 의지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환자 요청이 오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다만 제도적으로 의료진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조됐다.
그는 “거부·기피 사유를 구체화해 법률에 포함됐다는 부분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8일 시행한 응급의료법 시행령에 들어간 내용과 동일한 내용인데 법으로 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사건에서 환자 수용 거부로 행정처분을 받은 계명대동산병원 운영 재단인 학교법인 계명대는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상고를 심리불속행기각했다.
이에 따라 계명대동산병원 환자 수용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한 대전고등법원 판결도 그대로 확정됐다. 복지부는 병원에 시정명령과 6개월 간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송 과장은 “아직까지 의료현장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더라도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백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