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기획 下] 국가 전체적으로 경기 부양책이 한창이던 1990년대, 의료계에서는 의과대학 설립 열풍이 불었다.
정부의 보건의료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전문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해보자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출범한 신설 의과대학들이 태어난 지 약 30년이 지났다.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의료계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의과전문대학원 신설로 의사들 수는 늘어났고 정부 정책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심화됐다.
늘어난 인력과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각 병원들은 ‘스타 교수’ 만들기 및 구인에 나섰고, 기존에 기반이 닦인 대학 출신의 교수들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야심차게 문을 연 신생 의과대학 출신 의료인들의 현재 근황은 어떨까. 30년이 지나 이제는 터주대감으로 자리를 잡은 각 병원들은 자교 출신 인사들을 얼마나 병원장에 등용했는지 살펴봤다. 1989년 6월 오픈한 서울아산병원(당시 서울중앙병원)도 포함시켰다.
1989년 국내 최대 서울아산병원, ‘서울의대 출신’ 이상도 병원장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경제 활성화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한창 높아진 1989년에 서울중앙병원이 개원했다.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개인재산을 출연해 만든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설립한 당시 이름은 ‘서울중앙병원’이었다. 이후 2002년 정주영 회장의 호 아산(峨山)을 빌려 현 ‘서울아산병원’이 됐다.
개원 30여년이 지난 현재 서울아산병원의 총 병상 수는 2705개로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2018년 기준 1730명의 의사와 4008명의 간호사, 그리고 278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학교재단이 아닌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건립된 서울아산병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이다. 이상도 병원장은 198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자교에서 내과 전공의와 전임의를 수료했다. 이후 충북대병원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에 자리를 잡은 그는 홍보실장, 진료지원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다양한 보직을 역임했다.
이후 연구중심병원 추진단장과 진료부원장을 마치고 2017년 제16대 병원장 자리에 올랐다. 2019년 1월 연임에 성공한 이상도 병원장은 현재 스마트 병동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금년 6월 병원 개원 30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2023년 건립 예정인 D동은 인공지능(AI) 정밀의료 솔루션을 도입하고 환자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개인질병 예측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대표 스마트병동이 될 D동을 중심으로 환자 맞춤형 진료를 강화, 새로운 경쟁력의 모멘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94년 개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 출신’ 권오정 병원장
삼성의료원 산하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994년 11월 개원했다. 2015년 기준 병상수는 총 1979개로 국내 3위 규모다.
2015년 기준 재직 중인 직원은 8440명이다. 약 1200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개원 3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덩치를 키운 삼성서울병원의 현재 수장은 권오정 병원장이다. 권오정 병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대학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다 적을 옮겼다.
권 병원장은 폐암과 결핵 분야 권위자로서 삼성서울병원 진료의뢰센터장, 적정진료운영실장, 기획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아 병원경영에 대한 실무 경력을 거쳤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장으로서 후학 양성을 이끈 바 있어 진료, 연구, 교육 등 대학병원 3대 핵심 경험은 물론 병원 경영을 위한 제반 준비 과정을 착실히 쌓아왔다고 평가된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하기 3년전인 1991년에 해외연수 의료진 제1호로 선발돼 영국 왕립브롬턴병원에서 3년간의 연수를 하면서 선진 치료술을 전수받았고 당시 17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로 합류한 이래 20여 년간 폐암, 결핵 등 호흡기질환 분야에서 탁월한 진료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폐암 분야에서는 매년 국내 최다 환자 치료 건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