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기자] 2019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과거보다 한층 심화된 ‘서울’ 쏠림현상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전공의 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방 수련병원들 고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지방 수련병원들의 속앓이가 이제는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라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이처럼 환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의사들의 서울行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의료인력 유출에 대학병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편집자주]
과거보다 한층 심화된 ‘서울’ 쏠림현상은 2019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2019년 후반기 전공의 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방 수련병원들의 고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실제 경상대병원 5명 모집에 0명, 고신대병원 5명 모집에 0명, 대구가톨릭대병원 5명 모집에 0명, 부산대병원 2명 모집에 0명, 영남대병원 9명 모집에 0명 지원을 기록하면서 지방병원의 비애를 실감케 했다.
울산대병원 역시 11명 모집에 0명, 제주대병원 3명 모집에 0명, 조선대병원 5명 모집에 0명, 충남대병원 4명 모집에 0명 지원으로 ‘0의 행렬’을 이어갔다.
강릉아산병원도 5명 정원에 1명, 동아대병원 14명 정원에 3명, 삼성창원병원 4명 정원에 2명, 양산부산대병원 7명 정원에 2명, 원광대병원 8명 정원에 1명, 인제대 부산백병원 11명 정원에 2명, 전남대병원 6명 정원에 1명이 문을 두드린데 그쳐 겨우 지원율 제로라는 꼬리표만 간신히 면했다.
울산 지역 대학병원 교육수련팀 관계자는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거주 지역 내 대학병원을 갈지, 서울 대학병원으로 유학을 갈지 고민했지만 요즘은 그런 풍경이 싹 사라져버렸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환자만 서울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도 서울行을 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해 전방위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니 오히려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방대병원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지는 이미 오래다. 인턴, 레지던트의 절대 다수가 자교 출신 의대생들로 채워지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이고, 이제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일례로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했던 울산대병원 여파로 울산지역 전체가 울상을 짓고 있다. 앞서 울산대병원은 제3주기(2018년~2020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격하됐다.
의사인력과 교육 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화살은 돌고 돌아 전공의 정원 미달로 향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병원들은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울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사 지명도를 떠나 병원 브랜드만 믿고 내원하는 지방환자 비중이 다소 커졌다”고 귀띔했다.
대구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심장 스텐트 등 간단한 시술은 지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비용 부담이 덜해지자 무작정 서울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KTX 개통 악재까지 겹쳐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방대병원에 기피과라는 꼬리표까지 붙으면서 흉부외과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부산 소재 대학병원 한 교수는 “기피과 수가 인상으로 숨통이 트이는가 했지만 복지부 묘책 역시 약발이 먹히지 않아 흉부외과의 양극화만 갈수록 극명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흉부외과 수가 인상이 가져온 전국 주요 대학병원의 쏠림 현상은 레지던트 부족 현상으로 고스란히 ‘대물림’됐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는 “전국의 심장 수술을 비롯해 흉부외과 진료의 70% 가량을 독식하고 있는 일부 병원이 전공의들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며 “흉부외과 수가 인상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병원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전공의를 싹쓸이 한다면 지방 병원들은 아예 수련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전남 지역 흉부외과 한 교수도 “흉부외과를 전공하더라도 일자리가 부족하고, 개원도 하기 어려운 미래의 불안감 때문”이라며 “수가 100% 인상 및 보전 조치의 혜택은 수도권 일부 대형병원에 이뤄지고 지방병원에 대한 혜택은 미비해 지원자가 전멸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흉부외과와 외과 전공의가 부족해 4년차 전공의가 휴일까지 반납하고 야간근무를 책임지는가 하면 60대 흉부외과 교수가 이틀마다 24시간 진료를 하기도 한다.
그는 “지방대학이나 중소병원들은 흉부외과 자체를 운영하기도 벅찬 상황”이라면서 “흉부외과 지원을 위해서는 전공의만의 처우개선이 아니라 전문의가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며 정책 개선을 주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의료를 살릴 인력이 갈수록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