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某 산부인과의 예비산모 대상의 ‘병원투어’를 놓고 전문가들과 여론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병원투어 내용과 과정을 정확히 파악해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인 반면 여론은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SBS는 17일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내 투어를 제공하는 산부인과에 대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A병원은 실제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 중인 분만실과 수술준비실까지 예비산모들이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투어객들의 손 소독을 포함한 위생 절차는 생략되고 분만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이 같은 산부인과 병원투어는 보도된 곳 외에도 여러 병원에서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산모들 사이에서 병원투어로 유명한 B병원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병원투어’를 실시하고 있다”며 “병원 시설을 알리기 위해서다. 산모들이 아이를 낳는 곳, 낳은 후에 쉬는 곳, 아이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꼼꼼히 알아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측에서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C병원의 한 관계자는 “예비 산모들에게 병원 시설과 수술 준비, 분만 과정을 알리는 교육과정이 있다”라며 “아이를 낳을 병원을 미리 와서 돌아보려는 산모들이 있다. 원하는 산모에 한해 개별적으로 진행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 병원은 산모가 있는 곳에 들어가서 투어를 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B병원과 C병원 관계자는 “병원투어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머무를 산모들에게 미리 시설에 대해 짧게 안내를 제공하는 것인데 산모가 수술을 받거나 머무르고 있는 곳을 둘러보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의사회는 병원투어 내용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충훈 회장은 “병원투어는 개원가에서도 할 수 있다”라며 “분만할 병원을 돌아보기 원하는 예비 산모에 대해 병원이 안내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외국에서도 흔히 있다”라며 병원투어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단 수술실과 분만실 등 제한구역에 대해서는 엄격한 출입 제한이 필요하다”라며 “언론에는 이곳에 외부인이 출입했다고 보도됐는데 해당 병원의 투어 내용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도 “병원 투어 내용과 과정을 살펴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는 방송 보도 이후 병원투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각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병원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아이를 낳는 인권이 박탈당하는 것 같다’, ‘출산으로 돈벌이하는 것 같다’, ‘산모들은 실습생도 꺼리는데 비의료인이 투어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산부인과 투어가 등장했다.
청원인은 “산부인과에서 손님들을 끌어들이려 산모 수술 중에 손님들을 수술실 안으로 들여 구경을 시켜줬다”며 “이번 건은 생명과 관련된 일이므로 엄정히 다뤄달라”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청원의 동의자들은 ‘제2의 목동병원 사태가 될 수도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조치가 필요하다’, ‘투어가 없어져야 한다’는 댓글을 달며 병원투어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