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십 년간 폐암은 흡연하는 남성에서 호발하는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수년 간 국내 여성폐암 환자 발생이 년간 7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약 90%(2014년도 기준 87.6%)이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위원장 김승준 교수, 간사 고윤호 교수)에서는 2017년부터 2년간 전국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여성폐암 환자 478명과 비흡연여성 환자 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총 70개 항목의 설문 내용에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정도, 평소 운동량 등 일반적인 건강 정도를 측정하는 것 외에도 주방환경, 취사연료, 요리종류, 머리퍼머와 염색 등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익숙한 생활패턴이 포함됐다.
또한 간접흡연 역시 직접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간접흡연 노출정도, 특히 남편의 흡연 여부, 집안에서의 흡연 여부 등도 설문 내용에 들어갔다.
설문결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일주일에 4일 이상 겪는 경우 3일 이하인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1.5배 높았다.
"남편 흡연 등 여성들 간접흡연 위험성 경계 필요"
주방이 분리돼 환기가 잘 안되는 공간에서 요리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1.4배 높았고, 요리시에 눈이 자주 따갑거나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환기가 안되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5.8배, 2.4배 높았다.
특이한 것은 이들이 튀기거나 부침 요리 등의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2배 증가했으며 특히 남편의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폐암의 발생률이 증가했다.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조석기 교수는 “여성폐암 원인을 여성의 생활패턴과 주변환경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의 시작으로 어느 정도 예측한 결과를 얻었다"며 "특히 비흡연여성 폐암환자는 간접흡연의 노출이 많았고, 노출시기도 빨랐다는 것을 볼 때 간접흡연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됐던 라돈과 비흡연여성의 폐암 발생 관련성도 조사했다. 라돈은 지각에서 벽의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며, 고농도로 장기간 흡입시에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