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기자] 발사르탄 사태가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시 터진 발암물질 함유 라니티딘 위장약 파동으로 제약업계를 비롯해 의·약계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식약처의 1차 실험 결과에서 발암물질 '불검출'이 나와 한시름 놓았던 제약업체들은 뒤늦게 날라든 '판매 중지' 통보로 인해 발사르탄 사태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식약처는 브리핑을 통해 "수입 또는 국내 제조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성분 사용 완제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잠정관리 기준(0.16ppm) 초과 암 유발 물질인 NDMA가 검출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은 "미국 식품의약청(FDA가)이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면서 "환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으며, 세계적으로도 잠정 판매 중단은 한국이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번에 발표한 1차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신하지만 NDMA는 의약품 제조공정이나 보관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길 수 있는 불순물이기에 생산 시기나 보관 환경에 따라 제조 단위별로 편차가 있어 1차 시험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 라니티딘 성분 전문약 작년 생산실적 2440억원
발사르탄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제약업계는 '라니티딘 쇼크' 사태로 멘붕이다. 라니티딘의 경우 대형 품목이 대거 포함돼 있어 발사르탄 사태 때보다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허가된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은 156개사 395품목으로, 이 가운데 실제 유통 중인 완제의약품은 269품목(133개사)이다. 그 중 전문의약품은 175품목(113개사), 일반의약품은 94품목(73개사)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8년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269품목의 생산·수입실적은 약 2700억원이며, 이중 전문의약품은 약 2440억원으로 90% 정도 차지한다.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시장의 리딩품목은 대웅제약 '알비스'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라니티딘 단일제 '알비스' 매출은 254억원, 복합제 '알비스D'는 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동제약 '큐란'은 193억원을 기록했으며, 한국휴텍스제약의 '루비수' 역시 57억원 정도 처방됐다. 오리지널 제품인 GSK의 '잔탁'은 32억원 정도 처방 실적을 올렸다.
대형 품목이 판매 중단에 들어가면서 제약사들도 비상이다. 발사르탄 사태처럼 해당 의약품이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초비상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판매 중단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데, 이번 결정이 퇴출로 이어질 경우가 큰 일"이라며 "분명 라니티딘 성분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도 있을 텐데 추이를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의원과 약국에서 새로운 의약품으로 바꿀 수 있는 라니티딘 의약품은 잔탁정150밀리그램을 포함해 269품목이다.
해당 의약품은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한 원료의약품으로 만든 치료제다. 주로 위산과다 및 속 쓰림, 위궤양, 역류성식도염 등 위장질환 환자들이 처방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 요청에 따라 판매가 중지된 라니티딘 의약품 재처방 및 재조제 할 때 1회에 한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약사회 관계자도 "회원 약국에 라니티딘 함유 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를 즉각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라니티딘 성분을 대체할 의약품 성분 리스트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를 전문약과 일반약에 따라 다르게 응대할 것"이라며 "환불 조치 등에 따른 정산 등을 위해 정부 부처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제약사들과 협력키로 했으며, 라니티딘 관련 국민 안전과 불편 최소화를 위한 후속조치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