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지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발매된 국산신약은 총 29개, 이들의 성적표는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전중’으로 요약된다.
2016년 기준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약 18조원이었지만, 이중 국산신약 실적은 1678억원에 불과했다. 1%도 채 안 되는 규모인 셈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토종 신약의 현주소를 확인해봤다.
토종 신약 6개, 생산 포기 및 허가 자진 취소
국산신약 계보는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로 이어진다.
2000년대 이전 1개, 2001~2010년 14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14개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29개 신약 중 판매 실적이 없는 제품이 6개 정도다.
CJ제일제당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과 동화약품의 ‘밀리칸주’는 조건부 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시했지만, 추가 임상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허가를 자진 취소했다.
타그리소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리타’도 임상 3상 시험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후, 돌연 개발 중단을 선언해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산 1호 신약인 선플라주는 판매 실적 저조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선플라주 출시 후 등장한 항암제들이 기존 제품보다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뛰어나 처방 실적이 낮았기 때문이다.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 역시 실적 부진 탓에 철수했다. 제피드가 출시된 이듬해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경쟁품목들의 특허가 풀리면서 제네릭이 쏟아져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못했다.
동아에스티의 수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도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있다. 해외 판권은 이미 외자사에 넘어간 상태이며, 국내 생산시설 구축을 포기했다.
제약사 관계자는 “공을 들여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잘 팔리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국산 신약 중 생산 자체를 포기한 약들도 있지만, 생산되더라도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은 제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출시된 신약 중 블록버스터 ‘1개’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국산 신약 8개 중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을 넘는 제품은 종근당 ‘듀비에’ 1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국산 신약 29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4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2월 두달간 매출보다 75%가량 성장한 것이다.
인보사는 유전자치료제이기에 투약기관이 많지 않고, 서울대 병원,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국 주요 종합병원 랜딩이 6월경 완료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동제약의 첫 신약이자 국산 신약 28호로 기대를 모았던 B형간염치료제 ‘베시보’의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시보 원외처방액은 2704 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4분기 665만원과 비교하면 증가했지만,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미하다.
베시보는 복용 시 L-카르티닌과 함께 투여토록 하는 용법이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