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기자]귀국 하루 만의 만남이었다. 한국의료의 역대급 수출 성과 소식이 전해졌던 만큼 인터뷰의 화두 역시 자연스레 러시아 진출에 맞춰졌다. 아직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아 피곤할 법도 하지만 열정 넘치는 설명은 장시간 이어졌다.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 첨단 종합병원 건립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돌아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전상훈 원장. 그는 ‘시작’이라는 단어로 이번 성과를 함축했다. 한국의료의 세계시장 진출 신호탄이자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풍성한 결과물이 나올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평소 헬스케어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전상훈 원장은 이제 모든 구상을 마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의료수출 답안 ‘플랜트 수출’ 성사
지난 6월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독일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던 러시아 의료시장에 한국이 진출한다는 내용이었다.
낭보의 주인공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300병상 규모의 첨단 종합병원 건립을 선언하는 협약식에는 양국 대통령이 직접 배석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위탁운영, 시스템 수출 등 기존 방식과 달리 설계부터 의료장비, 의료진 세팅, 병원 운영에 이르기 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이 직접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소위 의료수출의 모범답안이라고 불리는 ‘플랜트 수출’이다. 모스크바 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현지 대기업이 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병원은 전체 병상이 1인실로 채워진다. 통상적인 병원 이라면 700~800병상에 이르는 규모다. 분당서울대병원에 개원 준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권이 주어졌다.
사실 이번 협약은 분당서울대병원이 5년 동안 공들인 결과물이다. 5년 전 러시아 의료진 250명에 대한 유상교육 계약을 계기로 한국의료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했고,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병원 건립 주체로 거듭났다.
전상훈 원장은 “첨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적의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할 예정”이라며 “러시아 국민들에게 맞춤형 진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전산장비와 전산시스템 등 IT산업은 물론 의료 장비, 의약품 등 보건의료 관련 산업의 동반 진출이 가능한 형태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첨단 종합병원 건립과는 별도로 KT와 함께 러시아에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는 지난 1월부터 법적으로 원격의료를 전격 허용했지만 제대로된 시스템이 부재했고, 의료IT 강국인 대한민국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제안했다.
당연히 국내에서 이미 첨단 디지털병원의 입지가 확고했던 분당서울대병원이 낙점됐다. 지난해 현지 철도 운송회사와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사용될 모바일 건강진단 솔루션 구축에 나선 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모스크바에서 수 백 km 떨어져 있는 병원과 원격협진을 시연하며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러시아 현지 의료사각 지대 해소에 기대감을 높였다.
전상훈 원장은 “IT와 의료가 협업할 때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동반진출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 베스트케어, 1억불 이상 수출 성과
사실 분당서울대병원은 디지털병원의 선두주자답게 의료정보 시스템 분야에서 산업화의 가능성을 입증해 내고 있다.
병원이 자체 개발한 ‘베스트케어’라는 병원정보시스템은 이미 1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